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는 경영진의 안전관리 소홀과 생산성을 위해 화재경보기를 차단해온 매뉴얼 등이 겹친 총체적 인재로 밝혀졌습니다. 수사 당국은 가연성 슬러지 방치와 불법 증축된 구조물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하는 등 관계자 13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특히 사고 이후 일부 임직원이 위험성평가표 등 서류를 조작해 안전관리가 적절했던 것처럼 꾸민 정황까지 드러나며 경영진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부실이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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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현장. (사진=중도일보 DB) |
대전경찰청은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등 1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증거 위·변조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이 가운데 13명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전고용노동청도 손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 부품 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소방·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결과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불은 공장 설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온이나 금속 간 마찰, 불꽃 등에 의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구체적인 발화 원인은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 당국은 공장 덕트와 후드 등 내부 설비와 구조물 표면에 가연성 물질인 슬러지가 쌓여 있어 불이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공업은 인화성이 높은 가공유를 사업장 전반에서 다량으로 취급해 폭발과 대형 화재 위험이 큰 사업장이었지만, 슬러지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 동안 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확인된 것만 48건에 달했다. 상당수는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공업은 2017∼2018년께부터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면 현장을 확인하기 전에 경보부터 차단하도록 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경보기 오작동 때마다 작업을 중단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화재수신기를 미리 차단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불법 증축된 이른바 '중이층'의 구조도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2.5층 높이에 설치된 휴게실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방화구획이 훼손된 데다 방화문도 상시 개방돼 있어 화염과 연기가 불과 2분 만에 휴게실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공간에서는 직원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대전고용노동청은 과거 사업장 안에서 수십 차례 화재가 반복된 만큼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책임자가 충분히 인식하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과 미흡한 예산 편성 등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사실상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도 매우 부실하게 이행됐다고 노동청은 설명했다.
화재 발생 이후 일부 임직원이 회사와 손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은 화재 현장에 있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빼낸 뒤 위험성평가표 등 서류 15건을 화재 이전부터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진 것처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직원들은 손 대표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수사 당국도 경영진의 지시를 입증할 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손 대표 등 경영진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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