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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양육 지원인가, 지역 소비 동원인가

김지윤 경제부 기자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9-21 17:04

신문게재 2026-09-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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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경제부 기자.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부모의 계산은 달라진다. 출산 전에는 산후조리원과 육아용품 비용을 따지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기저귀와 분유, 병원비처럼 미룰 수 없는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임신을 계획하는 가정도 앞으로 들어갈 양육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임신을 준비하거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양육 지원금이 늘어난다는 소식은 반기면서도 지역화폐 지급 방식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원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아동수당 확대를 추진하면서 지급액 일부를 지역화폐로 제공하겠다 밝혔다. 지방의 소비를 지역 안에 머물게 하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를 겪는 지자체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지출까지 동원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양육수당은 부모에게 특정 지역에서 소비하라고 주는 돈이 아니다. 아이를 돌보는 데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이다. 기저귀와 분유를 사고 병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부모가 감당해야 할 지출은 상당하다. 여기에 지역화폐 가맹 여부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지원은 편의가 아니라 또 하나의 조건이 된다.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매장이 가까이에 있고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다면 불편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가정의 소비 환경이 같지는 않다. 온라인에서 육아용품을 구매하거나 지역 내 가맹점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용처가 제한되면 가정마다 체감하는 혜택에도 차이가 생긴다.

물론 지역화폐 지급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지역에서 소비할 여건이 갖춰져 있다면 가계와 상권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가 양육 지원의 설계 원칙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원을 받는 가정의 생활 여건과 선택권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저출생을 걱정하면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가정에 지역경제의 몫까지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은 일자리와 소비 기반을 확충하고 주민들이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양육수당의 사용처를 제한하는 방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부모가 바라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살 수 있는 지원이다. 양육 지원금의 액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가정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지역경제를 위한 의무가 되지 않도록, 정책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의 현실이 놓여야 한다. /김지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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