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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OC는 토건이 아니라 미래복지다

최길학 대한건설협회 충남·세종시회 회장

오현민 기자

오현민 기자

  • 승인 2026-10-05 20:38
최길학
최길학 대한건설협회 충남·세종시회 회장
'SOC 투자'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도로와 교량을 놓고 건물을 짓는 이른바 '토건사업'부터 떠올리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SOC는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와 공항, 산업단지와 공공시설은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고 기업의 생산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의 기본 자산이다.

SOC는'미래를 위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교통망과 안전한 생활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앞선 세대가 수십 년 전부터 투자한 도로와 철도, 항만과 산업단지, 상하수도와 각종 생활기반시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민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SOC 투자는 단순히 지금의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일이 아니다. 10년, 30년, 5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을 만드는 장기적인 국가투자다.

특히 지방의 현실을 보면 그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수도권에는 인구와 기업, 일자리와 의료·교육·문화시설이 집중되는 반면 지방은 청년 유출과 인구감소, 산업기반 약화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지방에서 살아달라"고 호소한다고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사람과 기업이 지방으로 가려면 먼저 '갈 수 있는 길'과 '살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도로와 철도, 공항과 광역교통망이 연결돼야 기업이 투자하고 산업단지가 활성화된다. 학교와 의료·문화·생활SOC가 갖춰져야 청년과 가족이 정착할 수 있다. 디지털·에너지 인프라까지 뒷받침돼야 미래산업도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

결국 균형발전의 출발점은 인프라의 균형이다.

충남과 세종 역시 마찬가지다. 충남혁신도시의 완성, 국가산업단지 조성, 철도·도로망 확충과 공항 등 광역교통 인프라, 석탄화력발전 폐지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과 산업구조 재편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SOC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기후변화로 과거의 기준을 뛰어넘는 집중호우와 폭염,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동시에 오래된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와 각종 기반시설은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한 뒤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쓰는 것보다 하천과 배수시설을 정비하고 노후 교량과 도로를 선제적으로 보강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SOC 투자는 사고가 발생한 뒤 쓰는 비용이 아니라 사고를 막기 위해 미리 투자하는 '예방적 복지'이자 '안전보험'인 셈이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건설투자는 지역의 자재·장비·운송·서비스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현장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든다. 특히 지역건설기업이 참여하면 투자된 예산이 지역의 임금과 소비, 세수로 이어져 다시 지역경제로 순환한다.

따라서 SOC 정책도 이제 양적 확대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첫째,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인프라 수요와 지역별 격차를 고려해 SOC 투자를 단순한 재정지출이 아닌 국가자산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과도하게 미루면 미래에는 더 큰 유지·보수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둘째, 수도권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를 줄이는 균형발전형 SOC 투자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경제성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면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이 계속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역소멸 대응, 국가안보, 산업분산, 국민의 기본적인 이동권과 생활권이라는 공공적 가치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셋째, 지역에서 시행되는 SOC 투자가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제한입찰과 지역의무공동도급, 지역업체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지역기업과 지역인력, 자재와 장비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건설업계도 변해야 한다. SOC 확대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왜 필요한 투자인지 설명하고,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며 친환경·스마트건설 기술을 통해 더 오래가고 더 안전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인프라는 한 세대가 만들지만 그 혜택은 여러 세대가 누린다.

오늘 우리가 놓는 철도 한 줄, 보강하는 교량 하나, 정비하는 하천과 산업단지 하나가 미래세대에게는 일자리가 되고 안전이 되며 삶의 터전이 된다.

SOC는 낡은 의미의 '토건'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이며, 지역소멸을 막는 기반이고, 기업과 일자리를 불러오는 성장동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세대가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오래 남는 복지다.

균형발전의 시작은 인프라의 균형이다. 미래세대에게 빚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국토와 안전한 삶의 기반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책임 있는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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