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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천, 생태특별시에서 참생태관광의 길을 열다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나재호 기자

나재호 기자

  • 승인 2026-10-06 08:55

충남 서천은 개발의 물결 속에서도 갯벌과 염습지, 배후습지 등 본래의 자연환경을 온전히 지켜내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같은 독보적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국립생태원 등 전문 연구 기반을 갖춘 서천은 자연을 단순히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진정한 생태관광의 모델을 제시합니다. 개발되지 않은 자연을 미래의 핵심 자산으로 승화시킨 서천은 우리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방향을 보여주는 생태특별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이다.

산지가 많고 경사가 급한 동쪽 지역은 농경지와 도시를 조성하기 어려웠던 만큼 상대적으로 넓은 자연지역이 남아 있다. 반면 서쪽 평야와 해안은 사람이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대표적인 것이 저지대 평지 숲이다. 과거 우리 주변의 습윤한 저지대에는 오리나무숲이 흔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 나무들이 함께 이루었던 하나의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제공하던 수많은 생태적 기능을 잃은 것이다.

해안은 더욱 심각하다. 염전과 양식장, 해수욕장, 항만과 각종 시설이 들어서면서 해변은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배후습지는 홍수와 오염물질을 완충하고 수많은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건강한 바다는 건강한 해변과 습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남도 서천은 매우 특별한 곳이다.

서천은 산림 면적이 30%를 조금 넘는 평지가 많은 지역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 인구소멸지역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개발되지 않음'이 자연에는 커다란 선물이 됐다.

넓은 농경지와 갯벌은 해마다 수많은 철새를 품는다. 그리고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천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일부로 등재됐다.

갯벌을 둘러싼 든든한 생태적 배경이 함께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개발의 선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덕분에 염습지와 사구가 남았고 무엇보다 오늘날 찾아보기 어려운 배후습지까지 살아남았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사람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크다.

염습지는 생태교육의 장소로서도 특별하다. 염분의 차이에 따라 식물들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자리를 잡는 모습은 자연이 환경조건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서천의 배후습지는 더욱 특별하다. 과거 일제강점기 제련소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심하게 훼손되었던 토양을 정화하고 생태적으로 복원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통발, 말즘, 실말과 같은 침수식물이 자리를 잡았고, 수위와 토양의 수분 차이에 따라 다양한 습지식물과 수변식생이 자연스럽게 분포하고 있다.

서천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이러한 자연을 지키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기반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자리하고 있어 생태계와 해양생물에 대한 국내 최고의 전문성과 연구 역량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제 관광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고 돌아가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지되며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지를 배우는 관광이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생태관광이다.

서천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개발에서 뒤처진 땅은 정말 가치가 낮은 땅인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쇠퇴한 지역일 뿐인가. 오히려 그동안 지켜온 자연이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서천의 답은 분명하다. 개발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은 이제 서천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

갯벌과 염습지, 사구와 배후습지, 농경지와 철새, 그리고 생태를 연구하고 해설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 이런 곳이라면 우리는 서천을 단순한 지방도시가 아니라 생태특별시 서천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자연을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광. 개발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질서를 만나는 관광.

서천의 갯벌을 걷고, 염습지를 바라보고 배후습지에 찾아온 철새를 만나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 자연의 진짜 모습을 만나보자.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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