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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전략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읽고, 굳이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A씨가 구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계략(計略)이었다. 계략의 계(計)는 '계산하다'라는 뜻이니, 결국 자기 이익만을 계산하는 꾀라는 말이다. 둘 다 '방법'이라는 의미를 공유하지만, 전략이 자신의 정당한 몫을 지키는 셈법이라면 계략은 남의 정당한 몫을 가로채려는 셈법이다. 그 경계를 넘지 않고 양심을 지키는 것이 내가 법률전문가로서 세운 원칙이다.
상속 사건도 마찬가지다. 나는 피상속인이 돌아가셨거나 임종을 앞두지 않은 한, 상속 상담은 아예 받지 않는다. "아직 부모님은 건강하신데, 나중에 형제들과 다툼이 생길까 봐 미리 대비하고 싶다"는 요청은, 결국 다른 상속인보다 더 많이 가져갈 방법, 혹은 더 가져간 몫을 지켜낼 방법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믿고 먼 길 찾아와 상담을 청하는 만큼 성심껏 고민을 함께 해드리자 생각했다. 그런데 상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차례씩 이어졌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서서히, 계략을 꾸미는 일에 끌려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는 돌아가시기 전인지 후인지부터 묻는다. 냉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일에 내 지식을 보태고 싶지 않아서다.
이혼 상담도 다르지 않다. "지금 이혼하면 금전적으로 유리한가요, 불리한가요?"라고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현재 상황에서 이혼할 경우 재산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는 답할 수 있지만, 금전적 유불리를 잣대로 이혼을 할지 말지를 대신 판단해달라는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문제가 어느새 금전적 손익 계산의 문제로 바뀌어버린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그건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이 걸린 문제이고, 나는 인생 멘토가 아니라 법률전문가이므로 내가 답을 드릴 문제가 아니다. 하물며 몇 년 뒤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재산을 미리 빼돌릴 방법을 묻는 이들에게는, 그런 상담은 하지 않고 있으니 그냥 돌아가시라 정중히 말씀드린다. 그들은 준비성이 철저해 보일지 몰라도, 그 입장을 거꾸로 뒤집어 내 배우자가 나에게 그런 계략을 쓴다고 생각해보면, 지금 그 생각을 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략가이지 모사꾼이 아니므로, 계략을 꾸며달라는 요청에는 응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의뢰인의 이익'은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며 얻어내는 승리가 아니다. 나는 조금 더 정직한 사회, 정당한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미력하나마 한 손 보태고 싶을 뿐이다. 성실하게 살아온 정직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변호사로서 일을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억울하게 손해 보고 피해 입는 사람이 없도록 돕고자 하는 내가, 스스로 그런 피해자를 만드는 일에 협력할 수는 없다. 전략은 나의 무기이지만, 계략은 거절한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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