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형무소 의무감 17년 안사영 독립운동가…대전시의사회 교도소 메디컬센터 '화답'

올해 2월 대전의무감 지낸 안사영 재조명 시작
만주서 독립운동과 광복 후 수형자에 일생 헌신
대전교도소 개선에 대전시의사회 나서는 계기돼
메디컬센터서 안과·이비인후과·신경과 순회진료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6-10-25 14:05

신문게재 2026-10-26 10면

대전교도소는 수용자의 의료 처우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하여 전국 교정시설 최초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이번 협력은 독립운동가이자 17년간 대전형무소 의무관으로 헌신한 안사영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으며, 지역 전문의들의 정기적인 순회 진료를 통해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고령화와 과밀 수용으로 높아진 교정 시설 내 의료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수용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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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펼치고 광복 후 대전형무소 의무과장으로 17년간 수용자를 돌본 안사영 선생의 생애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교정본부 추모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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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중앙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대전교도소 내에 마련된 스마트 메디컬센터에서 실제 운영에 앞서 장비를 사용해 환자를 살피고 있다. (사진=대전교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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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국 모두의안과 전문의가 대전교도소 스마트 메디컬센터에서 새롭게 마련한 안구 검사장비를 활용해 수형자 진료에 이상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전교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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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도소가 시설 내 마련한 스마트 메디컬센터에서 수형자를 순회 진료할 신경과 이비인후과, 안과 전문의에게 임명장을 22일 수여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조선시대 감옥생활의 참혹한 다섯 가지 고통을 옥중오고(獄中五苦)라고 표현했다. 몸을 짓이기는 고문, 아전과 간수들의 갈취 그리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굶주림, 판결이 나지 않은 채 감옥에 갇혀 기약 없이 나날을 보내는 고통을 말한다. 이들 네 가지 문제는 현대의 수형 환경에서는 대부분 해소되었다고 믿어지나 남은 한 가지인 질병의 고통은 조선시대의 감옥생활이나 지금의 수형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질문하게 된다. 이때 대전교도소가 대전시의사회와 함께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해 전국 교도소 중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이고 광복 후에는 대전형무소에서 의사로서 17년간 의무감을 지낸 안사영 선생의 생애를 대전교도소와 대전시의사회가 함께 발굴하고 추모한 데서 이러한 도전이 시작되어 주목된다. 오는 10월 28일은 제81주년 교정의 날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대전교도소는 수용자들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처우를 위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22일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스마트 메디컬센터는 지난 4월 6일 대전교도소와 대전시의사회가 수용자 건강권 보장과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의 결실이다. 그리고 이 때의 업무협약은 사실은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광복 후 대전형무소 의무과장을 지낸 안사영(安思永, 1890~1967)에게 '혜옥(惠獄)'이라는 호를 증정하는 추호식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안사영 선생은 누구이고 어떻게 해서 대전지역 4000여 명의 의사 권익을 대변하는 대전시의사회가 교정시설의 수형자 건강권 보장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나설 수 있었을까?



▲안사영과 대전 중구 중촌동 1번지

중도일보가 확보한 안사영(1890~1967) 선생의 옛 대전형무소 근무기록지를 보면 그의 거주지는 대전 중구 중촌동 1번지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가 17년간 대전형무소의 의사이면서 의무감으로 지낸만큼 그를 기억하는 목소리를 찾고자 그가 살았던 자택을 수소문해 파악한 주소지가 '중촌동 1번지'이었다. 그래서 중촌동 일대의 어르신들을 만나 '안사영'에 대한 기억을 수집하려 했으나, 중촌동 1번지가 실은 대전형무소 주소라는 것을 후에 알았다. 1919년 건설된 대전형무소는 1984년 유성구 대정동 지금의 자리로 옮길 때까지 중촌동 1번지에 있었고 안사영 선생은 1946년 3월 15일 대전형무소 의무관에 임명되어 1962년 4월 사의를 표하고 물러날 때까지 17년간 형무소 안에 관사 또는 기숙사에서 지내며 수형자를 돌본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인지 안사영 선생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은 아직 수집되지 않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는 부친을 따라 충남 청양에 거주하며 감리교 계열 공주 영명학교(1회)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세브란스연합 의학전문학교를 1917년 졸업해 청년의사가 됐다. 1919년 초 국권회복의 뜻을 품고 중국 만주의 서간도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의무감을 지냈다. 독립운동에 투신한 조선청년들을 진료했으며, 이때 총상을 입은 이범석 장군을 치료했다. 그는 또 길림성의 독립운동 거점이었던 삼원보 항일운동단체인 '독립단'의 검찰(檢察)을 지냈으며, 1920년께 일본 경찰에 검거돼 평양형무소에서 2년간 복역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소 후 1926년 강원도 원주로 이주해 안동의원에서 내과 의사로 근무했다. 이 무렵 원주 지역 노동회원 100여 명에게 치료비를 할인해주었다는 미담이 기사화되었다. 해방 후 안사영은 귀국하여 대전에서 자리를 잡았다. 미군정청 시기인 1946년 3월 15일 대전형무소 의무관이 되었고 1962년 4월까지 17년간 의무과장을 맡아 재소자들의 건강관리와 교정(矯正)에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이미 1926년에 병원을 개원한 경험이 있었고, 대한민국 근대 의학 교육의 뿌리가 되는 세브란스연합 의학전문학교에서 수학해 광복 후에도 병원을 개원할 수 있었음에도 대전형무소에서 수형자의 곁을 17년간 지켰다.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은 "광복을 맞아 더 나은 대우로 더 좋은 조건으로 개원하거나 근무할 병원을 충분히 찾을 수 있었음에도 57세 나이에 대전형무소 의무감으로 수형자들의 건강을 보살피셨다"라며 "선배 의사가 꿈꾸는 바를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실현할 수 있도록 뜻있는 회원들이 대전교도소 스마트메디컬센터 진료에 함께 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 2번째 수용규모에 노인 전담수용



대전교도소(40만7000㎡)는 축구장 57개 너비에 이를 정도로, 전국 55개 교정기관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고, 수용 인원 규모도 서울구치소 다음으로 큰 편이다. 25개 수용동에 대략 2800여 명을 수용 중으로 정원(2060명)을 40% 웃도는 과밀수용 상태다. 교정시설 증·신축이 멈춘 사이 전국 교도소 수용자는 2015년 5만3892명에서 올해 4월 기준 6만3842명으로 18.5% 증가해 과밀수용은 전국 교정시설이 안고 있는 공통된 숙제다.

특히,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만큼 교도소에서도 수용자 중 노인수용자 비율이 크게 늘어 인식을 구속하는 자유형의 집행과 더불어 교정시설 내에서 전문 의료서비스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전국 교정시설 내 65세 이상 노인수용자는 5056명으로 전년 대비 1년 사이 1049명(26.2%) 증가했는데, 대전교도소는 서울남부·대구·광주교도소와 함께 전국에서 발생하는 노인수용자를 전담하고 있어 고령의 수용자 비율이 특히 높은 실정이다. 고령화 현상의 연장선에서 대전교도소 수용자의 3분의 1은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전교도소는 의원급 진료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갖추고, 의사가 수용동을 순회하며 수용자들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전국 교정시설 중 혈액투석 가능한 곳이 많지 않은데 대전교도소는 전담 침상 10개를 갖추고 하루 20명 정도 혈액투석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 역시 사회적 환경 변화에 발맞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교정정책의 방향을 담은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을 새롭게 수립했는데, 그동안 '수용관리' 중심에서 올해부터 '치료·재활을 통한 회복과 예방' 중심으로 교정시설을 운영하겠다고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김재술 대전교도소장은 "안사영 의무관은 단순한 의사를 넘어 수용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려 노력했던 참된 공직자"라며 "앞으로도 수용자들의 건강한 수용 생활을 지원하고, 나아가 이들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순회진료로 시작해 교정병원으로

대전교도소가 기관 내 진료실과 의료시설을 확충해 마련한 '스마트 메디컬센터'에서는 내달부터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전문의가 정기적으로 교도소를 방문해 수용자를 진료할 예정이다. 주요 진료 과목은 수용자들의 진료 수요가 높은 안과(모두의 안과 백승국 원장), 이비인후과(중앙 이비인후과 이재욱 원장), 신경과(DH신경과 안광병 원장)로 구성됐다. 대전시의사회 회원이면서 각자 병원을 운영 중인 개원의들로 선배 의사인 안사영 선생을 기리고 교정시설의 의료처우 개선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자신의 휴일과 휴게시간을 반납하고 수용자 진료에 나선 것이다. 또 수용자 중에 가짜 질환을 호소하고 증세를 허위로 호소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전문의와 전문 진료장비를 통해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지럼증이나 안과 질환에 대해 질환을 호소해 외부 병원을 허위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발생 중으로 이 때문에 수용자 중에 실제 환자를 적기에 민간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용자 측에서도 외부 병원을 이용할 때보다 진료비가 3분의 1 정도로 부담이 적고 복용약 역시 교정시설에 없는 의약품은 외부 약국에서 교도관이 원외처방을 받아 수용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복수경 충남대병원장과 간담회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를 교정시설에 파견하면 관련 인건비를 법무부가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은 "대전교도소에서 대전시의사회와 함께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에 함께 노력해 수용자에게 한층 개선된 의료처우가 제공되면 곧 교도관뿐만 아니라 수용환경의 전반적 개선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지역의사회에 감사드린다"라며 "교정본부 차원에서도 수용자 의료 인프라 확충과 원활한 센터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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