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두환 대표 |
영국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은 지역경제를 구멍 난 양동이에 비유했다. 들어온 돈이 곧바로 빠져나가면 지역은 채워지지 않는다. 영국 프레스턴은 시청, 경찰서, 대학 등 거점기관의 조달 방식을 바꿔 지출 중 프레스턴 내 업체 비중을 2012-13 회계연도 5%에서 2016-17 회계연도 18.2%로 높였다. 쓰고 있는 돈의 방향을 바꾼 성과다. 프레스턴의 현재까지 유출을 줄인 기반 위에 외부의 돈과 사람이 들어올 길을 여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 밖의 사람이 보낸 기부금은 공익사업을 뒷받침하고, 답례품은 지역 생산자와 외부 소비자를 잇는다. 기부를 계기로 지역을 찾아가 머물고 소비하며 다시 기부하는 흐름이 가능하다. 이를 실제로 만들려면 기부자를 모금이 끝난 뒤에도 관계를 이어갈 동반자로 봐야 한다.
일본 오카야마현 세토우치시는 2019년부터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지역 전자상품권을 발행했다. 여행자가 현지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부하면 기부액의 30%에 해당하는 전자상품권을 즉시 받아 시내 음식점과 숙박시설에서 쓸 수 있다. 외부 기부와 현지 소비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은 것이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은 2008년부터 기부자를 '주주'로 부르고 '특별주민'으로 맞는다. 주주총회와 숙박 우대로 관계를 이어가고, 주주증은 100여 가맹점에서 지역화폐처럼 쓰인다. 두 사례 모두 한 번 기부한 사람에게 지역과 계속 관계를 맺을 이유를 만들어 준다.
지역화폐도 이 길로 가야 한다. 주민의 일상 소비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외부 기부자와 방문객을 지역 상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더하자. 가맹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어떤 계기로 지역을 찾아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경험할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대전이라면 성심당 답례품으로 인연을 맺은 기부자에게 원도심 여행과 전통시장 체험을 안내하고, 식사와 숙박을 지역화폐로 연결할 수 있다. 방문 뒤에는 기부로 달라진 지역의 모습을 전하자. 지역을 응원하는 사람에게 소속감과 참여 기회를 주는 멤버십의 관점이다.
역할은 나눠야 한다. 지자체는 공익적 목적과 예산, 성과 기준을 정하고, 민간은 외부 고객을 모집해 지역 상점과 여행·체험에 연결하며, 결제와 정산은 전문기관이 맡는다. 작은 가게도 새 고객을 맞아 수익을 얻도록 돕는 운영 역량이 중요하다. 성과를 세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모금액·발행액·방문객 수에 신규 외부 이용자 수, 기부자의 실제 방문율, 재방문·재기부율을 더하고, 지역 주민·업체에 지급된 금액을 살펴야 한다. 가게에서 번 돈이 지역의 임금과 재료비로 다시 쓰이는지 확인해야 순환을 말할 수 있다. 기존 소비의 결제수단만 바뀐 경우와 새로 늘어난 소비도 구분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집계자료와 표본조사로 일부 사업부터 추적하면 된다.
지역순환경제 2.0은 돈의 순환에 사람과의 관계를 더하는 일이다. 외부에서 온 돈이 지역의 소득으로 남고, 한 번 찾아온 사람이 다시 지역을 응원하는 구조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연 가능성을 지역화폐와 관광으로 넓혀 갈 때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