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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한국과 중국의 개천신화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1-09-29 08:29
다가오는 10월 3일은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개천 신화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단군
단군 이야기
■한국의 개천신화 <단군 이야기>

먼 옛날 신들의 임금님인 환인이 하늘나라 다스리고 있을 때 하루는 환인의 아들이 환웅이 말했어요. "아버님, 저 아래 사람 사는 땅으로 내려가 어리석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며 살고 싶습니다." "네 뜻이 정녕 그렇다면, 밝은 지혜로 사람들을 다스리거라."



환웅은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 비를 다스리는 우사, 그름을 다스리는 운사 그리고 삼천 명의 신하들이 데리고 땅으로 내려왔어요. 환웅은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에 터를 잡고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길을 바라노니, 누구든 내게로 와서 하늘의 지혜를 배우거라."

그때,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왔어요. "환웅님, 저의는 꼭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환웅이 다시 물었어요. "그렇게도 너희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네, 꼭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곰과 호랑이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했어요.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쓰디쓴 쑥 한 타래와 매운 마늘 스무 개를 주었어요. "캄캄한 동굴 속에 들어가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말고, 이 쑥과 마늘만 먹어라, 그러면 사람이 될 수 있다." 곰과 호랑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그래서 얼른 동굴 속으로 들어갔지. 곰과 호랑이는 깜깜한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쑥과 마늘을 먹어 보았어요. 호랑이가 "으악 이 쑥 왜 이렇게 쓴 거야!" 곰이 "앗, 이 마늘 너무 맵다!" 하지만 곰과 호랑이는 꾹 참고 견디기로 했어요. 곰이 말했어요. "사람이 되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겠지." 호랑이가 "그럼 쉽게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거야."

며칠 뒤, 호랑이는 불평을 터뜨렸어요. 호랑이가 말했어요. "어두컴컴한 동굴에 있자니 너무 답답해. 쑥이랑 마늘 먹는 것도 너무 지겹고!" 곰이 호랑이를 달래며 말했어요. "호랑아, 오랫동안 사람이 되고 싶어 했잖니? 우리 조금만 더 참자!" 호랑이는 조금 더 참기로 했어요. 며칠이 지나자 호랑이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난 도저히 못 참겠어, 동굴 밖으로 나갈 테야!" 곰이 또 곰이 달랬어요. "호랑아, 조금만 더 견뎌 보자. 우리 같이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잖아?" 곰이 말렸지만 호랑이는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어요.

호랑이가 동굴 밖으로 나가 버리자, 혼자 남은 곰은 정말 외롭고 힘들었어요. "난 꼭 사람이 될거야. 아무리 쑥이 쓰고, 마늘이 매워도 꾹 참고 꼭 사람이 될 거야" 곰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 웅크리고 앉아 쓰디쓴 쏙과 매운 마늘을 먹으며 견뎠어요. 스무날이 되던 날, 곰은 지쳐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어요.

스무하루째 되는 날, 잠에서 깬 곰은 깜짝 놀랐어요. 몸에 난 털을 사라지고 어여쁜 여자가 된 거요. "아, 내가 정말 사람이 되었어!" 곰은 너무나 기뻐서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곰은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나왔어요. 세상은 정말 환하고 아름다웠어요. 사람들은 여자가 된 곰을 웅녀라고 불렀어요. 웅녀는 '곰 여자'란 뜻이에요. 웅녀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싶었지만 곰이었던 여자라고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았어요.

웅녀는 신단수 아래에서 또다시 빌었지요. "환웅님, 저도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싶어요. 한 번만 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웅녀가 기도를 드린 지 수십 일이 지난 어느 날, 환웅이 웅녀 앞에 나타났어요. "웅녀야, 내가 너의 남편이 되면 어떠하냐?" 웅녀는 하늘나라 임금님의 아들인 환웅과 결혼하게 되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환웅과 웅녀는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어마 뒤, 웅녀는 아들을 낳았어요. 환웅과 웅녀는 아들의 이름을 '단군왕검'이라고 지었어요. 단군왕검은 하늘과 땅의 힘을 받고 쑥쑥 자라나 지혜롭고도 굳센 사람이 되었지요. 단군왕검은 나중에 평양성에 자리를 잡고 고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웠어요. 그 고조선이 바로 우리나라 사람이 멘 처음 세운 나라랍니다.

반고개천
반고개천
■중국의 개천신화 <반고개천>

중국은 땅이 커서 다양한 개천 신화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옛적에 담배 피우던 호랑이의 할아버지의 그 할아버지가 나기도 이전에,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하늘과 땅, 구름, 해, 달 이런 것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고요, 그저 어둡고 희미한 혼돈만이 존재했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 혼돈이 모이고 응고되어서 커다란 알의 형태로 단단하게 굳어버리는데 혼돈의 기운을 받아 거인이 태어납니다. 거인의 이름은 반고이고 꼬박 1만 8천년 동안 알 속에서 잠만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반고는 알 속에 답답했었나 봅니다. 크고 아름다운 도끼를 착 하고 꺼내 들더니 자신을 가둔 알을 깨부수려 합니다. 무지막지하게 휘둘려 패고 갈기길 수차례. '우지끈!' 하고 굉음이 울리더니 알이 갈라집니다. 동시에 알 속에 뭉쳐있던 혼돈의 기운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죠. 퍼져나간 혼돈들은 가스처럼 가벼운 것들은 둥실둥실 떠다니고, 묵직한 것들은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렇게 알 속에서 빠져나온 반고가 한숨 돌리려는데, 흩어졌던 혼돈들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려고 하는 거예요. 반고는 그 기운들이 자신을 다시 가둘까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떠다니는 것들은 손으로 떠받쳐 올리고 바닥에 깔린 것들은 발로 밟아 눌렀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키를 하루에 1장씩 키웁니다. 그렇게 자기 키를 키우기를 1만 8천년 강산이 1800번이나 변할 만큼의 긴 시간이 흐르고 하늘과 땅의 거리가 9만 리가 됩니다.

하늘과 땅이 완전히 갈라진 그 어느 날 반고의 남은 생명도 끝을 바라오고 있었지요. 오랜 시간을 버텨온 반고가 힘이 다해서 쓰러집니다. 꼬박 1만 8천년 동안 하늘만 이고 살았습니다. 밥도 안 먹고 놀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1만 8천년이요. 정말 보람차고 알찬 빛나는 인생이죠?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게 되는데, 반고의 시체는 세상에 많은 것을 남깁니다. 반고의 눈알은 각각 해와 달이 되었고 죽으며 내뱉는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고함과 목소리는 번개와 천둥으로 바뀌었죠. 피부와 털은 땅과 수풀이 되고 근육은 산고 언덕, 흘린 피는 강과 바다, 으스러져 날린 뼛조각들은 지천에 널린 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또다시 셀 수 없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반고의 육체에 쏟아진 장기에서 무수한 생명이 탄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지상을 굽어보는데 사슴, 곰, 새, 토끼 등등… 많은 생명체가 생겨나 대지를 활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지상낙원을 누릴만한 존재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신의 이름은 여와라고 합니다. 여와는 자신과 꼭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내 이 낙원을 누리게 해주려 합니다.

여와는 커다란 넝쿨을 하나 뽑아들더니 강가에 쌓여 있는 진흙덩이들이 수없이 세차게 후려치는데요. 이 진흙 속에는 반고의 생명의 정기가 가득했습니다. 사방으로 튀어나간 무수한 진흙 조각들이 머리가 생기고 손과 발이 생기고 눈을 뜨고 입을 벌려 소리를 내기도 하더니.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조그만 생명체가 됩니다. 여와의 의지대로 여와의 모습을 쏙 빼닮아 있었죠. 이렇게 탄생한 것들이, 바로 인간입니다.

/손봉련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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