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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뿌연 하늘에 기침해도… 야외노동자 미세먼지 마시며 일한다

미세먼지 경보에도 공사 현장 근로자들 휴식 없이 근무 이어가
고용노동부 '야외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경보 시 휴식 제공
권고 사항일 뿐 의무 아냐… 대다수 사업주 지침 지키지 않아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3-01-10 17:46

신문게재 2023-01-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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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보이던 10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용문동의 건설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미세먼지가 심하면 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일이 중단됐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황사 유입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며 겨울 대기질이 최악 수준이 이어지면서 야외 노동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속에서 많은 야외 노동자들이 마스크 한 장에 기대어 장시간 일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10일 오전 11시께 찾은 대전 서구 용문동의 건설 현장.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변했지만, 노동자들은 미세먼지를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듯 공사 자재를 옮기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미세먼지로 탁한 공기 탓에 목이 따가운 듯 연신 기침을 하기도 했다. 몇몇 인부들은 마스크가 없는 듯 수건으로 입을 가리거나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적은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실제 이날 대전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85㎍/㎥, 초미세먼지는 45㎍/㎥로 '나쁨'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대기가 정체된 탓에 대전은 초미세먼지가 발령된 7일부터 현재까지 미세먼지가 대기에 축적되면서 올겨울 가장 나쁜 공기 질을 보인다.

미세먼지가 극심해 지면서 고용노동부는 근무시간 단축 등을 담은 '야외 노동자 보호조치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으나 실제 야외 노동자들에겐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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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서 만난 김 모(53)씨는 "미세먼지 경보가 있었던 지난 주말에도 공사는 중단 없이 계속 이어졌다. 결국, 그날 목이 너무 아파 주말에도 문이 열려있는 병원을 간신히 찾아 치료를 받았다"라며 "노동부의 가이드 라인은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해 야외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어 무용지물이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야외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침이 있음에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야외 노동자 보호조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사업주는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상황 시 사업주는 마스크 지급, 민감군(폐·심장질환자 및 고령자)보호, 충분한 휴식 보장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지침이 권고 수준일뿐더러 의무가 아니다 보니 이를 지키는 사업주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야외 노동자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고용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경보가 발령됐음에도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라며 "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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