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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3월2일:1983년 교복 추억속으로…

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 승인 2016-03-01 17:13
▲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들 모습/사진=국가기록원
▲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들 모습/사진=국가기록원


어릴적 교복은 어른들의 옷이라 여겼다.

검정색 상하의에 목까지 올라오는 스탠딩 칼라의 단추를 채우 던 오빠의 모습은 아버지 다음으로 근엄했고, 단발머리를 하고 검정 교복에 하얀 옷깃을 달던 언니는 철부지 아이가 볼 때는 천상 여자였다. 어서 빨리 입어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들었지만 중학교를 입학할 무렵 교복자율화의 이야기가 솔솔 나돌았다.

다행이도 중학교 교복을 사다가 옷장에 걸어놓은 후에야 “아 나도 이제 어른이구나” 하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교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이전의 철없던 행동과는 달라야 할 것 같았고 빨간 신발주머니를 든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하얀 칼라는 매일 빨아서 갈아줘야 했고, 교복폐지 때문에 한 벌만 준비된 옷이 지저분해지기라도 하면 골치였다. 다림질에 무릎은 번질거렸고 어디서 뜯겼는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딱 1년을 입은 교복은 낡아진 옷과 함께 빛바랜 추억이 됐다.

교복이 ‘일제식민지의 잔재’라거나 획일적인 옷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주지 못한다고 해서 ‘폐지’의 목소리가 커졌는가 하면, 자율화로 학생들의 탈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여학생들이 외모 치장에 빠져 자칫 사치경쟁을 불러일으켜 교실 안에 빈부의 격차를 보이게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에서 ‘폐지 반대’의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분분한 의견 속에 자율화의 기치를 내건 5공 정부는 결국 33년 전인 1983년 오늘 중고생의 교복을 전면 자율화 했다.

교복이 없는 등교 아침은 요란스러웠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입씨름과 투정으로 지각 일보직전에 교문 앞을 통과해야 했다.

각양각색의 복장에 학교에서는 용모지도에 신경 쓰기 바빴고 일부 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바지를 즐겨 입어 여성스러움이 없어진다는 비판이 일자 ‘치마입는 날’을 정하기도 하는 등 신풍속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학생범죄가 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복자율화는 3년 후인 1986년 2학기 때부터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다시 교복을 입게 됐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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