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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이성계와 빅토리아, 조선과 대영제국 왕들의 대화는…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16-05-24 10:54
어느 나라든 왕에 대한 비화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선에는 왕들의 일상 하나까지도 기록된 조선왕조실록이 있다. 500년 조선 왕조를 깊이 탐구해 볼 역사적 가치가 큰 유산이다. 이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왕실문화는 물론 역사의 세밀한 점까지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5월24일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대영제국의 부흥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의 다른듯 비슷한 공통분모가 있는 날이다. 두 사람 모두 한 국가의 왕이자, 시대의 부흥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왕은 이날 눈 감았고 영국의 여왕은 태어났다. 같은날 다른 역사, 오늘의 주제는 ‘왕’이다.


500년 이씨 왕조의 태동 ‘태조 이성계’

태조왕건의 고려가 막이 내리고 이성계의 나라 조선이 세워졌다. 신흥무장세력이었던 이성계와 급진파였던 정도전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조선의 3대 왕인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개혁에 앞장섰다. 위화도회군으로 왕명을 어긴 채 반역자가 된 이성계. 그러나 하늘은 새로운 왕을 섬길 준비를 마쳤다. 끝까지 고려에 절개를 지켰던 정몽주를 처단하며 조선의 아침은 밝았다. 이때가 1392년.

이성계는 숭유억불, 농본주의, 사대주의를 건국이념으로 내세웠고 무학도사의 도움을 받아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고 수도를 이전한다. 뿌리 깊은 고려의 정신이 깃든 개경을 벗어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성계의 재위 기간은 겨우 6년에 불과했다. 세자 책봉과 관련해 다섯 번째 아들 이방원이 왕자의 난이 일으켰다. 결국 세자로 올랐던 이복동생들을 모두 죽이고 결국 왕위를 물려 받는다. 이성계는 자식들의 권력다툼에 탄식하며 스스로 왕권에서 물러났고 고향인 함경도로 돌아간다. 이방원이 아버지가 돌아와 줄 것을 권하며 차사들을 보냈지만 이성계는 그들을 모두 죽였다. 이때 생겨난 말이 함흥차사다.

한양으로 돌아온 이성계의 말년은 쓸쓸했다. 절대권력과 활을 쏘며 세상을 호령했던 조선의 1대 왕에서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것. 그는 74세의 나이로 창덕궁에서 사망했다. 비록 말년은 빛나지 못했으나 조선을 세우며 세상을 누비던 그의 전성기는 참으로 기개가 넘쳤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빅토리아 여왕’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세상 어디를 가도 대영제국의 땅이 아닌 곳이 없을 만큼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번성했다. 64년간의 재위 기간 동안 인도제국까지 지배한 영국 최초의 여왕이었다.

사실 빅토리아 여왕의 왕위 승계는 어려운 일이었다. 할아버지인 조지 3세는 슬하에 9남6녀를 두고 있었고 빅토리아는 넷째아들의 장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아버지들과 사촌들이 자식이 없이 요절하면서 조지3세의 넷째아들인 스트래선 공작(윌리엄4세)의 외동딸 빅토리아가 왕위를 이어받게 됐다. 이때가 1837년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18세로 즉위에 올랐고 외사촌이었던 알버트공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이들은 실제로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척 컸고 독일 출신의 알버트공은 여왕인 아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기도 했다. 그러나 42세의 나이로 알버트공이 세상을 떠나자 빅토리아는 큰 슬픔에 잠겨 윈저 궁에서 상당한 시간동안 칩거했다. 여론을 의식한 여왕이 다시 복귀했고 그녀는 알버트공을 기리는 마음으로 평생 검은색 상복을 입었다.

빅토리아 여왕의 가장 큰 업적은 영국 군주 최초로 인도제국을 통치한 것과 왕실에 대한 신뢰감을 높였다는 점이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영국왕실의 모토가 빅토리아 시대에 완성했다. 그녀는 정치는 내각에 맡기고 왕은 권위와 위엄을 갖는 철저히 분리된 정치를 펼쳤다. 이는 가장 존경받는 왕, 신뢰받는 왕실을 만드는 기틀이 됐다.

그녀는 유럽의 할머니라고도 불리는데 알버트공과 9남매를 두었고 증손자 74명 대부분이 유럽의 왕실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는 혈우병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손들에게 이 유전자가 내려갔고 이로 인해 혈우병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됐다. 결국 러시아 왕가가 몰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5월24일은 빅토리아 여왕이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의 여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날이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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