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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7월2일:‘러시안 룰렛’에 운 메시... 자살골에 타살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1994년 에스코바르 콜롬비아 선수 피살

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 승인 2016-07-01 20:00
▲ 리오넬 메시/사진=연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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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넬 메시/사진=연합db

축구에서 승부차기를 ‘11m짜리 러시안 룰렛’이라고 한다.

11m를 마주하고 막는 골키퍼나 차는 키커나 피를 말리는 진검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수비수도 없는 완전한 페널티 킥과 같은 찬스는 득점을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반면 실패하는 순간은 온갖 비난의 중심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웬만한 강심장을 가진 선수라도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덫에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소속)가 걸려들었다.

지난 27일(한국시각) 미국 뉴저지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메시가 뛴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승부차기 중 발생했다. 당시 메시는 1번 키커로 나섰고, 그가 날린 공은 크로스바를 지나 관중석으로 향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칠레에게 2대 4로 지면서 2년 연속 코파 아메리카에서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메시의 통한이 얼마나 깊었는지 경기 후 그는 “이제는 떠냐야 할 때”라고 말하며 은퇴의사를 비췄다. 그의 말에 아르헨티나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절대불가’를 외치는가 하면, 국민들 모두가 ‘가지 마오, 메시’를 외치고 있다. 메시에게만은 실축의 문제가 비켜가는 듯하다.

▲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사진=연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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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사진=연합db

반면에 한 번의 실축으로 목숨마저 잃어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불운의 축구선수는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살다리아가였다. 1994년 FIFA 월드컵 조별 예선이 펼쳐지던 당시 콜롬비아는 펠레가 우승후보로 꼽는 막강한 팀이었다. 남미지역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5대 0으로 대파하면서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문제는 본선 조별경기에서 미국에 자책골까지 허용하면서 패하게 됐다.

콜롬비아 국민들의 비난은 거세졌고, 게다가 범죄 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이 축구선수들을 협박하기까지 이른다. 일부 선수와 감독은 귀국을 미뤘지만, 에스코바르는 책임감으로 귀국했다. 그러나 결국 1994년 7월 2일 에스코바르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

12발의 총탄을 발사할 정도로 원한을 품고 저지른 범죄인지, 축구도박 조직이 개입된 문제인지,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에스코바르가 지금의 메시를 본다면 얼마나 부러워할까. 그가 떠난 오늘을 기억해 주면서 명복을 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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