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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樂-건축] 피렌체(1) 아름답도다 ‘베키오 다리’… 그리고 히틀러의 사랑

'베키오'는 오래됨을 뜻해… 1345년 건설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 메디치가의 출퇴근 용도에서 히틀러의 흔적까지 일화로 가득

연선우 기자

연선우 기자

  • 승인 2016-07-20 10:57
▲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폰테 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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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폰테 베키오’.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미켈란젤로광장에 서면 그림같은 도시 모습에 순간 넋을 잃고만다. 긴 탄성과 함께 도시를 가르는 아르노강을 따라가다보면 다시한번 시선이 한곳에 멈추게 된다. 그곳에 바로 ‘베키오 다리’가 있다.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 즉 오래된 다리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아르노강 위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이며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하다. 1345년에 건설됐으니 로마시대 마지막 다리이자 르네상스의 시작을 함께했다. 지오토에서 미켈란젤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모두 이 다리를 수없이 건넜으리라.


▲ 보석상점들이 즐비한 베키오 다리위에는 원래 푸줏간, 대장간 등이 자리했었다.
▲ 보석상점들이 즐비한 베키오 다리위에는 원래 푸줏간, 대장간 등이 자리했었다.

오래된 다리만큼 사연도 넘쳐난다.

원래 ‘베키오 다리’ 위에는 푸줏간, 대장간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1593년 토스카나의 대공이었던 ‘페르디난도 1세 데 메디치’는 시끄럽고 악취가 나는 다리를 영 못마땅해하다 결국 이들을 모두 추방하고 금세공업자들을 불러모아 상점을 채워 나갔다. 지금까지 베키오 다리위에는 금세공 상점들이 빼곡이 영업 중이며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 우피치미술관에서 바라본 베키오다리 모습. 미술관과 하나의 통로로 이어져 있다.
▲ 우피치미술관에서 바라본 베키오다리 모습. 미술관과 하나의 통로로 이어져 있다.

다리위를 걷다보면 다리위에 작은 창문이 나 있는데, 실제 다리위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어떤 용도였을까. 비밀은 바로 우피치 미술관에 있다.

사진은 우피치미술관에서 바라 본 베키오 다리 모습이다. 다리의 지붕을 따라오다 보면 우피치미술관 건물과 연결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베키오궁부터 베키오다리를 거쳐 피티궁까지 한 통로로 연결 돼 있다는 사실이다. 피렌체를 통치했던 메디치가가 괴한의 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였던 것. 매일 이 통로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벽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현재 가이드를 통한 부분 관람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마저 일정의 인원이 있어야 진행이 된다.



▲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지시해 만든 대형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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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지시해 만든 대형 창문.

다시 다리로 돌아와서 중앙에 서보자. 일정한 창문크기에서 갑자기 대형 창문이 눈에 띈다. 사실 미관상 좀 흉측하다.

이 창문에도 일화가 숨어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을 점령했던 히틀러는 베키오다리위 통로를 걷다가 그만 아르노 강에 비친 석양에 흠뻑 빠지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도시 모습을 감상하기에는 창이 너무 작았던 것.(사진 위쪽 좌우 조그만한 둥근창문 참조) 당시 히틀러는 감상에 방해가 된다며 석양이 훤히 보일 수 있게 창문을 크게 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사진속 큰 창문이 당시의 흔적들이다.

그러나 히틀러는 독일군에 후퇴 명령을 내리며 모든 다리를 파괴하라고 지시하지만 아르노강의 다리 10개 중 이곳 폰테 베키오만큼은 파괴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흉측하게 큰 창문을 내기는 했지만 결국 살려 낸것을 보면 그에게 베키오 다리는 어지간히 특별했던 것같다. 어찌됐든 히틀러의 통 큰 자비(?) 덕분에 ‘베키오다리’는 피렌체를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이 됐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만난 장소가 바로 이 베키오다리 였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낮에는 ‘폰테 베키오’를 그리고, 밤에는 ‘폰테 베키오’ 위에서 연주를 한다. 그 옛날도 그랬고 지금도 베키오 다리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연선우 기자




▲ 우피치미술관 쪽에서 베키오다리를 등지고 사진을 찍어보자.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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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피치미술관 쪽에서 베키오다리를 등지고 사진을 찍어보자.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 다리 중앙에 있는 흉상은 당대 최고의 금세공인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 다리위에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 다리 중앙에 있는 흉상은 당대 최고의 금세공인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 다리위에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보석들이 여심을 홀리고 있다.
▲수많은 보석들이 여심을 홀리고 있다.




▲ 보석상점이 많아 늦은밤엔 이렇게 다리위에 경찰들이 지키고 서있다.
▲ 보석상점이 많아 늦은밤엔 이렇게 다리위에 경찰들이 지키고 서있다.




▲ 상점들이 위태롭게 붙어있다. 이런 독특한 다리는 세계에서 유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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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점들이 위태롭게 붙어있다. 이런 독특한 다리는 세계에서 유일할 것 같다.




▲ 베키오다리위에서 ‘폰테 베키오’를 그리고 있는 거리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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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키오다리위에서 ‘폰테 베키오’를 그리고 있는 거리의 화가.




▲ 베키오다리 위에서 바라본 아르노강변. 화려한 멋은 없지만 고즈넉한 모습이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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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키오다리 위에서 바라본 아르노강변. 화려한 멋은 없지만 고즈넉한 모습이 운치있다.




▲ 밤의 '베키오 다리'. 아르노강변에 비친 불빛이 낭만적이다.
▲ 밤의 '베키오 다리'. 아르노강변에 비친 불빛이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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