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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책임져 드릴게요~여러분의 일상탈출!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6-08-25 14:19

신문게재 2016-08-26 10면

[시네마, 핫클릭!]

쉼표 필요한 세남자, 파란만장 제주여행

●올레


잘나가는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은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명예퇴직 1순위로 호명된다. 잘나가는 변호사를 꿈꾸는 수탁(박희순)은 13년간 붙든 고시 공부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잘나가는 방송국 아나운서 은동(오만석)은 마지막 방송 통보를 받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속사정을 품고 답답한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제주도에서 연락이 왔다. 빨간 스포츠카와 자연산 다금바리 한 접시에 묶을 곳까지 제공한다. 이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게스트하우스 '티티카카.' 제주에서 펼쳐지는 예측 불가의 돌발 상황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채두병 감독의 첫 영화 '올레'는 제주도에서의 낭만을 꿈꾼 세 남자 앞에 나타난 예측 불가 돌발 상황을 그려냈다. 누구나 가질 법한 현실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건 그리고 그를 통해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올레'는 세 남자의 숨겨왔던 넘치는 끼와 흥을 담아냈다. 각각의 개성을 연기하는 배우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이 인생의 적신호가 뜬 세 남자의 무책임한 일상탈출을 그렸다.

이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공간인 게스트하우스 '티티카카'에서 맺어지는 새로운 인연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배우 유다인은 장기체류자이자 살림을 도맡은 나래역을 맡았다.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며 남성의 마음을 훔친 루비 역은 한예원이 연기한다. 배우 변준석은 화려한 랩과 기타 연주 실력을 뽐내는 지미 역을 소화한다.

영화 '올레' 속 세 남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휴대폰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떠 출근준비를 하지만 제대로 세탁해 놓은 셔츠 하나 없다. 급한 대로 세탁이나 해보려 했더니 세제마저 동이 나 버렸다. 그나마 깨끗한 셔츠 하나 골라 입고 꾸벅꾸벅 졸며 지하철로 출근하는 중필의 모습에 오늘 아침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철밥통의 세계에 입성하기 위해 찾은 코딱지만 한 고시원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수탁은 사법고시 폐지 소식에 세상과 연을 끊을 각오를 하지만 고대하던 동영상 다운로드 알람에 다시 한 번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 전 국민의 아침을 책임지는 방송국 메인 아나운서로 활약하며 국민 아나운서로 등극하려던 찰나, 앞만 보고 달려오다 결국 문드러져버린 속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퇴직을 결심하는 은동이다. 영화는 어딘가 결핍 있는 세 남자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청량한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거센 바람, 야자수 등 마음까지 탁 트이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대한민국의 하와이, 힐링의 메카, 여름휴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만큼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내는 야자수로 가득한 해안가 도로 위로 화려한 패턴의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제주도에서의 나날을 만끽하는 세 남자. 조용한 산책길로 유명한 대평리 해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어 사색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제주도 한 바퀴를 돌 듯 제주공항에서부터 시작되는 세 남자의 4박 5일의 여정은 제주도 여행을 소개하는 한편의 가이드북과도 같아 실제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객에게도 하나의 팁이 될 것이다.

촉좋은 아줌마의 범죄 추적… 색다른 스릴러 온다

●범죄의 여왕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불법시술로 생계를 꾸리는 친화력 최강의 양미경(박지영)에게 어느날 문제가 하나 생긴다.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이 120만원이나 나온 것. 감쪽 같은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아들 바보' 미경은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음을 감지하고 남다른 '촉'을 받는다. 여자의 직감과 아줌마 파워를 발휘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는 데 활약하는데….

영화 '범죄의 여왕'은 '촉' 좋은 아줌마 미경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이다. 배우 박지영이 전방에서 활약하는 미경 역을 맡았다. 지금껏 형사 또는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수사하는 영화가 주를 이뤘다면 영화 '범죄의 여왕'은 아줌마 캐릭터의 활약상과 스릴러 장르를 결합시켜 색다른 장르를 완성했다. 연출을 맡은 이요섭 감독은 “1인이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것이다 보니 미경을 연기했던 박지영 배우가 어떻게 비춰질지, 어떻게 움직일지, 그런 것들을 같이 잡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영화 '범죄의 여왕'은 전체적으로 누아르 느낌의 하드보일드한 색채를 띠고, 그 안에 아줌마, 고시생 등 이질적인 캐릭터들을 넣어 일반적인 스릴러와 차별화를 두었다.

김태곤 감독을 중심으로 권오광, 우문기, 전고운 감독과 김지훈, 김보희 프로듀서 등으로 주축을 이룬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 소속 이용섭 감독은 단편 '더티혜리', '다문 입술'로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이 감독은 “엄마 또는 아줌마라는 일반적인 캐릭터가 보통 영화에서 그려지기를 모성애만을 강조한 것 같아 아쉽다”며 “그래서 영화를 통해 이들이 여자였던 순간, 우리 엄마도 멋있을 때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대중적인 소재에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더해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스릴러적 장르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영화 '범죄의 여왕'에는 배우 박지영을 비롯한 조복래, 허정도, 백수장, 이솜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 '쎄시봉', '차이나타운' 등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캐릭터와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인 조복래, 연극으로 다져온 탄탄한 실력과 최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기억', 'W(더블유)' 등 인기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하며 주목받는 허정도가 합세했다. 여기에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독립영화계의 스타 배우 백수장, 영화 '마담 뺑덕'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솜 등이 열연한다. 특별한 카메오도 대거 만날 수 있다. 광화문시네마의 전작 '족구왕'으로 인연을 맺었던 안재홍과 황미영, 황승언, 배유람, 강봉성 등의 배우들이 의리 출연을 자청했다.

영화 '범죄의 여왕'의 이효재 촬영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 미경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극중 여러 차례 등장하는 좁은 고시원 방 안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방 안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기존 작품에서 영상의 리얼리티를 중시하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세트 바깥에서 촬영을 진행해 고시원 공간을 보다 넓고 다채롭게 활용했다. 영화 '암살', '악의 연대기' 등 굵직한 영화에 참여하며 재능을 발휘해온 방길성 미술감독이 영화의 미술을 맡았다. '범죄의 여왕'에서는 영화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는 고시원을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고시원과 각 캐릭터가 사는 방의 콘셉트 아트를 만들며 철저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실제 신림동에 거주하는 미술팀이 직접 아이템을 선별해 사실적이면서도 스릴러의 장르적 느낌을 모두 살려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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