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자료실 (J Archive)
  • 오늘의역사

[오늘의 역사]10월14일:빛 고운 가을, 핏빛 기억… 46년전 아산 모산수학여행 참사

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 승인 2016-10-13 20:00
▲ 사고수습 모습/사진=경향신문 1970년 10월 15일자 1면 캡처
▲ 사고수습 모습/사진=경향신문 1970년 10월 15일자 1면 캡처

가을, 단풍이 여기저기서 울긋불긋 색감을 뽐내고 살랑살랑 바람은 사람들을 밖으로 손짓하는 계절이다. 들로 산으로 그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는 계절, 책상머리에서 딴 생각에 젖어있는 아이들이 콧바람을 쐬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이 맘 때 학교마다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이 장기자랑 준비에 여념이 없기도 했다. 학창시절 아련한 추억이었던 ‘수학여행’은 세월호사건 이후로는 말조차 조심스러운 일이 됐다. 250명의 학생을 한 순간 잃게 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았는데, 세월호 이전에도 수학여행 참사는 기억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46년 전인 1970년 10월 14일 이날은 ‘모산 수학여행 참사’가 일어났다. 서울 경서중학교 3학년 학생 77여 명을 태우고 아산 현충사를 구경하고 돌아가던 관광버스 한 대가 충남 아산시 배방읍 모산역(현 배방역) 부근 이내 건널목을 건너던 중 서울서 장항으로 향하던 열차와 부딪혔다. 버스는 이내 열차에 밀려가다가 연료통까지 폭발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대형 사고를 부른 것은 안전시설이 미비했던 철도시설과 운전 부주의였다.

당시 철도건널목은 차단기도 없이 경보기만 설치된 채 방치돼 있었고, 버스 안의 심한 소음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운전기사가 경보기 신호를 무시하고 건넌 것이 화근이 됐다. 그리고 안전지도를 담당해야 할 책임교사가 단 한 명도 승차하지 않았으며 승차 인원은 정원을 훌쩍 넘은 것이 문제였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학생 46명이 희생됐으며 부상 30명에 생존자는 단 2명이었다. 사고로 경서중학교는 5일 동안 임시 휴학 조치가 내려졌고, 사고 책임을 지고 서울 교육감과 철도국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법도 했겠지만, 3일 후인 10월 17일 또다시 수학여행 사고가 발생했다. ‘원주 삼광터널 열차 충돌사고’로 인창고, 보인상고, 보성여고 등 서울시내 3개 고등학생들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 수학여행 사고가 잇따르자 전국적으로 수학여행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모산 수학여행은 세월호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수학여행 사고였다.
수학여행이 빛 고운 가을, 핏빛 추억으로 남지 않길 우리 모두 각별히 신경 써야겠다./김은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