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춘아 "대전문화예술, 시민과 함께 그려갑니다"

재단 업무, 체조선수같은 긴장감으로 시민 문화욕구 충족 늘 고민하죠 아티언스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등 과학·예술 융합 행사 키울 것

박수영 기자

박수영 기자

  • 승인 2016-12-06 11:05

신문게재 2016-12-07 11면

[중도초대석]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고등학교 시절 방황하던 철부지 소녀는 한 연극패의 공연을 보고 빠져들었다. 이 소녀는 '서울에 가면 연극을 많이 볼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공부에 몰두했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기대하던 연극보다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접하게 됐고, 이후 직장 역시 서울에서 자리 잡았다.

그녀는 “서울 생활을 통해 내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을 알고 사랑하지 않으면 지역문화를 꽃 피울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서울은 그녀에게 직장이 있는 곳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또 다시 공부했고, 그것을 계기로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소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의집 협회 이사 및 협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전문가가 됐다.

지난 9월 취임한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의 이야기다. 특유의 집요함과 꼼꼼함, 하나에 몰두하면 끈질기게 파고드는 그가 대전의 문화와 예술을 공부한다. 이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2년 뒤 대전 문화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되는 이유다.<편집자 주>

-지역 문화예술행정을 총괄하는 대전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는데 소감은.

▲ 지난 9월 20일 취임 이후 석 달 가까이 보내면서 많은 문화예술관계자들을 만났고, 문화단체분들과 현장예술가, 청년문화활동가, 문화자원봉사자들까지 두루 만나고 의견을 들었다.

만났던 많은 분들이 모두가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그만큼 재단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무척 크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재단 밖에서 볼 때 보다 문화재단의 사업이 많아 놀랐는데 사업 하나하나가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자주 소통하면서 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일해야만 생산적인 문화예술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재단 직원 모두는 평행봉위에 서 있는 체조 선수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정도를 걸을 수 있도록 하고, 저 역시 한 발짝 더 뛰고 솔선수범하면서 재단이 문화나눔을 통해 시민행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지난 1년여 동안 크고 작은 일들로 재단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일하는 대전문화재단의 위상 정립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난 9월 12일 취임해 취임한지 3개월여가 됐다.

저로서는 처음 취임 첫 인터뷰할 때와 3개월 지난 지금 성숙한 느낌이다.

취임이 후 시 행정사무감사, 본예산 감사, 3년만에 하는 재단 정기감사 등 재단 내부의 생생한 실무적인 일을 했다.

이 같은 감사 등을 거치며 강철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이사로 취임해보니, 재단 직원들은 시민들의 높아진 문화욕구를 어떻게 따라 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시민 모두가 행복한 대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년여동안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일들은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재단이 출범 7년차를 맞으면서 초창기에 비해 예산과 인력등이 큰폭으로 늘어나면서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던 일들이 있었다.

대전의 문화선도기관으로서 신뢰를 쌓아가기보다 위에서 군림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려고 한다.

이제 과감하게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 대전문화재단의 위상을 다시 세워나가는데 힘쓰겠다.

예술가를 포함한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부적으로는 엄격하고 외부적으로 협력의 가치를 키워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으로 합리적인 정책사업을 벌여 대전 문화정책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싶다.

동시에 대전이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도록 문화나눔과 시민문화의 씨앗을 지속적으로 뿌리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축제'가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과학문화도시 대전에는 사이언스페스티벌과 아티언스 대전을 비롯해 효문화뿌리축제, 국제와인페어, 유성온천문화축제, 금강로하스축제, 디쿠페스티벌, 견우직녀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연중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부산영화제와 광주비엔날레, 대구뮤지컬페스티벌처럼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관광객을 불러들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등 소위 브랜드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대전도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시민의 문화향유를 높이는 동시에 대외 위상과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전만의 축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일단 과학문화도시 대전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과학과 예술을 융합시킬 수 있는 행사를 크게 키우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아티언스 대전과 사이언스페스티벌은 그런 가능성이 높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가 저희 재단에서 하고 있는 마을합창축제다.

합창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으며,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재단은 꿈에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전국 대통령배 합창대회, 마을합창축제, 오페라 등 다양한 주제로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하나로 엮어 음악으로 브랜딩해 차별화된 축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것으로 본다.

-문화예술분야 전문성을 비롯해 문화예술행정·경영 경험, 내부 조직장악력 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문화정책을 연구하면서 문화분야에 발을 들여놓아 한국문화복지협의회와 유성문화원 사무국장과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문화의집협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지역문화와 생활문화, 문화복지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문화현장에서 다양한 기획가와 활동가들을 만났고,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문화정책의 흐름과 지역문화의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이런 점에서 전문성이라는 것이 문화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일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학습하고 실제 사업을 하면서 내공을 쌓는 것이야 말로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전문성은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시민의 삶을 문화적으로 가꾸겠다는 의지와 안목, 통찰력이 좌우하는 것이다. 행정이나 경험도 마찬가지다. 문화행정이나 예술경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제도와 법의 틀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정책사업을 펼치느냐이다.

모든 문화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내외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설득시키면서 목표를 향해 과감하게 매진해 조직을 매끄럽게 이끌어가겠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대전문화재단의 책임이 막중한데 앞으로 3년간 운영방향은.

▲우선 잣대를 엄정하게 세워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면서 대전문화재단의 위상과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울 예정이다.

재단이 안팎으로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지역문화의 선도기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첫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단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고 새로운 정책을 세우고 의미있는 사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그들의 어려움이 실질적으로 해소되도록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이춘아 대표는

주요 경력=1983~199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1997~1999년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연구실장, 2004~2008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2009~2016년 한밭문화마당 대표

주요 활동=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 및 협회장,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소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운영위원, 대전예술의전당 운영자문위원회 위원,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 생활문화센터 컨설턴트 (2014) 및 운영활성화 평가위원, (재)대전평생교육진흥원 이사, (재)생활문화진흥원 이사

대담=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정리=박수영·사진=이성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