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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52. 숨은 그림 찾기

인내의 임계점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7-09-22 00:00
엄정화


어떤 지인은 나를 일컬어 '사면춘풍(四面春風)'이라고도 한다. 이는 사면이 봄바람이라는 뜻으로, 언제 어떠한 경우라도 좋은 낯으로만 남을 대함을 이르는 말이다. '친절'과도 부합되는 긍정적 표현이다.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이따금 곤혹스런 때도 없지 않다. 경비원으로 일하다 그만 두었다는 이가 있다. 휴일의 근무 중 회사 밖에서 우연히 조우한 사람이다. 그렇게 낯이 익자 처음엔 담배를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돈까지 꿔달라고 하기에 '사면춘풍'엔 양지와 그늘이 공존함을 알았다. 아울러 취업(고령자의 재취업은 더군다나)이 얼마나 힘든지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아들이 자사에 취업을 원하는 대학 재학생과 대졸자들의 서류심사 및 회사소개까지 하는 등 중책을 맡았다.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어 이틀 동안 파김치가 되었다는 아들의 토로에서 새삼 취업의 먹구름 현상을 고찰할 수 있었다. '신의 직장'으로도 불리는 강원랜드에서 2012년부터 2013년에 사이에 신규 채용된 직원 518명 중 95%인 493명이 청탁에 의한 채용이라는 것이 내부 감사결과 드러났다고 한다.

국내 카지노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강원랜드는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직원 복지도 잘 돼 있어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기도 한다니 누구라도 입사하고픈 충동이 이는 건 당연지사일 터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자면 정상적 루트가 아니라 소위 '비선실세'의 끄나풀이라도 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이보다 대략난감한 일도 없을 것이다. 지난 8월의 청년 실업률이 9.4%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예사롭지 않다.

때문에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아우성이거늘 강원랜드와 같은 공기업들에서의 부정 채용과 같은 우울한 뉴스는 취업을 갈망하는 청춘들의 복장을 끓게 하는 단초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이 같이 만연한 공기업의 부정 채용 사례는 대선 등에서 활약을 했다는 이유로 발탁되어 이른바 '낙하산'으로 내려온 수장의 인사 스타일에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한데 이처럼 공기업에서마저 부정 채용이 만연하게 되면 가뜩이나 암울한 취업전선엔 엄동설한보다 거센 한파가 몰아치게 마련이다.

"널 만날 땐 가슴이 떨려 괜히 웃음만 나와 ~ 왜지? 어린아이가 돼 버린 맘 가끔씩 네가 싫어졌다 끝이라고 말을 해도 ~ 딴청만 피우는 너는 역시 내 맘을 알지? ~" 엄정화의 <숨은 그림 찾기>라는 곡이다.

요즘 취업에 성공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취업은 어쩌면 '숨은 그림 찾기'다. 그렇지만 꼭꼭 숨겨놓고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인 양 자기들만 알고 있다면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들러리일 따름이다.

이는 또한 취업을 하고자 서류를 내고 면접까지 보았을 땐 설레어 가슴이 떨렸지만 알고 보니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숨은 그림 찾기'였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찌 될까? 괜히 웃음만 나와? 아니다. 분노를 넘어 적개심까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인내의 임계점이 될 수도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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