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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한점 해봐, 언니- 김언희

우난순 기자

우난순 기자

  • 승인 2018-01-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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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한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 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

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



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언니,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

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

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맛이나 한 번 봐, 봐,

지금 딱 한 철이야, 언니, 지금 아님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태양의 날름거리는 혓바닥도 언젠가는 숯덩이로 변해. 그날이 언제일지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자연의 섭리라는 걸 우리는 알잖아. 붉은 동백꽃이 툭 떨어지는 걸 봐. 꽃대가 어찌나 단단한지 그 핏빛 꽃송이가 한 달, 일 년을 거뜬히 넘길 것 같지만, 풀 섶에 썩어 문드러진 시체처럼 짓이겨진 꼴이라니. 열흘 붉은 꽃은 없는 법이야. 고등어를 보면 대장간의 시뻘건 쇳덩이를 두드리는 사내의 울뚝불뚝한 팔뚝 같아. 그 힘을 주체못하는 생명체가 숨이 끊어지면 썩은 내가 진동해. 살살 녹는 그 탱탱한 살덩이는 어떻게 됐을까. 쫄깃한 살덩이는 흐물거리고 썩어가는 눈가엔 쇠파리들이 엉겨 붙는 걸 보면 소름 끼쳐. 그래, 이 순간 실컷 즐겨봐. 네 앞에 놓인 고등어 한 접시 게걸스럽게 먹어봐. 너도 언젠간 썩은 고등어가 될 테니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거 알지?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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