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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트럼프와 김정은의 동상이몽

서준원 정치학 박사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8-07-16 07:00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유럽사에서 유례없는 긴 시간의 평화가 서유럽에서 유지되고 있다. 10∼20년 마다 전쟁터로 변했던 그곳에서 평화가 작동되고 있다. 혹자는 이런 평화정착에 국제정치학의 기여가 컸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국제정치학은 갈등과 전쟁을 해결하는 국제협력과 공동방위체제의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출범 초기엔 군사협력이나 공동방위체제의 역할이 미미했다. 철의 장막을 고려해 공동방위를 전제로 뭉친 나라들에 미국의 전후 복구를 위한 경제적 지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이후 공동방위체로 거듭나면서 29개국 참가국 규모로 성장했다.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의 공격으로 간주한다. 이른바 집단방위체제로, 이전의 사회주의 국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나토는 전 세계 국방비의 70%를 웃도는 비용으로 유지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칼을 빼 들었다. 회원국들에 국방비 지출을 늘려달라고 하면서 여차하면 미국은 탈퇴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동맹(Alliance)도 이젠 효용비용을 놓고 따져보자는 것이 트럼프의 계산법이다. 동맹 이전에 미국의 국익이 우선이라는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다.

공동집단방위는커녕 군사동맹마저 취약한 곳이 동북아다. 그나마 한미-미일군사동맹 정도가 평화와 힘의 균형을 지탱해주고 있다. 북중관계가 혈맹관계라고 하지만, 오죽하면 북한이 핵을 앞세워 생존하려고 버텨왔을까 싶다.

핵 카드를 들고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에 김정은 주변국들의 동태와 심기를 살펴야 했다. 그 와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러시아 등을 두루 거친 것이다. 북한 옥죄기의 국제공조에서 탈출하는 즉, 현상유지(status quo) 타파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 이에, 결국은 도전과 모험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북미협상은 치밀한 계산과 전략을 기반으로 펼쳐질 것이다. 종점이 어디가 될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낙관적으로만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다. 나토 정상들도 한목소리로 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국가 간의 미래와 생사가 달린 협상에선 국력이 총동원된다. 협상과정에서 국내 여론과 언론이 상당히 중요하다. 북한처럼 전체주의 체제 이른바, 1인 보스(Boss)체제에서는 여론과 언론은 무의미하지만, 미국은 전혀 다르다.

트럼프의 속셈은 동북아와 유럽에서 판을 흔들어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란한 언변과 이미지 쇼도 협상의 방편일 뿐이다. 상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표출과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쇼는, 보는 이가 현기증이 날 정도다. 트럼프의 리더십은 돈과 정치 분야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 군사적 권위와 위엄보다는 손해보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욕망이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한반도는 계산대 위의 상품이다. 북핵은 묵직한 품목이다. 흥정에 앞서 분위기를 유리하게 고무시키기 위해 무역관세로 중국을 흔드는 중이다. 이러다가 동북아 전체 판이 흔들릴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다만 미국의 국내 정치적 영향력과 자신의 입지를 고려해 숨고르기가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국제무대 진출도 생사를 걸고 나온 셈이지만, 만만한 도전과 모험이 아니다. 자신의 체제안전을 위한 고육지책이자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쌍방이 윈윈게임을 펼치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일이다. 허나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 서서히 전개될 것이다. 가격 흥정은 트럼프가 하고 계산은 누군가가 따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협상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어긋남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속단할 필요도 없다. 협상은 동상이몽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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