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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교학점제 도입, 준비하되 서두르진 말자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18-08-14 16:32
  • 수정 2018-08-14 22:38

신문게재 2018-08-15 23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는 도입 발표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초등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2년에 계획대로 도입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단순히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듣고 학점만 따면 그만인 제도가 아니다. 교수·학습 평가라든지 정책연구학교와 선도학교 운영이 가능할지조차 의문이다.

이 제도가 처음 주의를 끌었던 것은 주로 획일화된 학년제, 단위제 교육과정, 수업 방식 변화 등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이나 공교육 정상화, 혹은 평준화의 단점 보완은 이뤄낼 목표지만 고교학점제가 그 절대 요건인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부족한 교육 인프라와 현행 고교 수업과정의 불일치를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다. 적용 가능한지에 앞서 고교교육은 전문성보다는 보통교육이었다.



학생 입장에서 특히 간단하지 않다. 대학입시와 연계되지 않고 원하는 과목을 찾아 수강하는 고교학점제는 혼란을 불러올 여지가 크다. 교사 부담을 완화할 수업 내용과 평가 시스템 구축 또한 미비하다. 절대평가제가 불가피하고 진로 교육, 내신 평가, 객관식 수능 위주의 대입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다. 학생 수업선택권 보장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교육체제를 뒤집는 일이다. 그만큼 복잡다단하다.

교육 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의 격차도 무시 못할 걸림돌이다. 지역별 교사 쏠림 현상은 또 다른 교육격차를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 감당할 교사 인력과 학교 행정가가 있는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처지다. 교총의 교원인식조사에서도 고교학점제에 긍정(42.6%)보다 부정(47.4%) 답변이 우세했다. 전면도입이 아닌 시범운영부터 충분한 논의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교육의 판을 뒤흔들고 고교교육을 뿌리째 바꿀 중대 사안이기에 가볍게 다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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