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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환경이 중요"… 러시아산 녹용에 소비자 주목

봉원종 기자

봉원종 기자

  • 승인 2018-09-12 15:20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그 어떤 건강식품보다도 녹용의 인기가 높다. 평소 가볍지 않은 가치의 무게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지만,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한가위’ 추석에는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녹용은 예로부터 ‘신의 뿔’로 불리며 귀하게 여겨온 대표적인 보양식품이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 옛 문헌에서도 “녹용은 몸의 기력을 북돋워 줄 뿐 아니라 피를 만들고 뇌의 기능을 보강하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한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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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러 국내·외 연구결과에서도 녹용은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몸속 장기와 신경, 근육 등의 기능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서울 소재의 한 한의원장은 “유독 무더위가 오래 지속됐던 올 여름, 지칠 대로 지친 몸의 기력 증진을 위해 녹용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떨어진 기력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하면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녹용의 제품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 변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부터 제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자사의 녹용 제품이 ‘최고’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애꿎은 소비자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이 때문에 막상 제품을 구매해야 할 순간이 오면 많은 이들이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다만 ‘제대로 된’ 녹용 제품을 구매하기 원한다면 한 가지 요건은 반드시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그 것은 바로 ‘원산지’다. 

원산지는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사슴의 사육 환경에 따라 녹용의 품질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녹용 제품은 크게 러시아산, 뉴질랜드산, 중국산, 국내산으로 나뉜다. 이 중 뉴질랜드는 사슴 서식에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돼 있는 환경으로 알려지며 국내 제품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녹용 중 하나다.

뉴질랜드산 녹용은 실제 대자연의 청정지역에서 사슴이 방목돼 길러지며, 정부의 품질관리를 거치는 만큼 녹용의 품질이 우수한 편이다. 녹용하면 뉴질랜드를 떠올릴 정도로 타 녹용의 원산지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도 높다.

중국산 녹용은 천산산맥 지역에서 서식하는 매화록 사슴의 뿔을 채취한 것을 말한다. 비교적 품질이 우수한 편이지만 중국 내 소비가 많고,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지 않아 국내에 수입되는 물량은 적은 편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산 녹용은 높은 해발고도에 영하의 기후로 유명한 러시아 알타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들이다. 혹독한 추위에서 야생으로 방목된 사슴의 뿔은 다른 나라 녹용에 비해 뿔이 유독 굵고 크다. 최근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입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방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들 녹용은 모두 우수한 품질로 평가된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러시아산 녹용을 으뜸 ‘원(元)’자를 붙인 ‘원용(元茸)’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품질 측면에서 다른 원산지의 녹용보다 우수한 가치로 인정하고 있다.

녹용은 기본적으로 추운지방에서 방목 상태로 자라난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추위에 머리를 뚫고 양기가 솟아올라 자라난 녹용은 그만큼 강인한 생명에너지를 품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의 진주라 불리는 러시아 알타이 지역의 농장들은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눈 덮인 높은 산과 드넓은 초원이 어우러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해발 2000m의 고지대에서 영하 30도의 추위의 영향으로 고품질의 녹용이 생산된다.

또한 이 지역의 사슴은 인공사료가 아닌 산작약, 개밀 등 자연 약초를 맘껏 뜯어먹고 자라기 때문에 생장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 녹용 골밀도 또한 우수하다. 녹용 가공 과정에서도 응집된 노하우와 기술력이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러시아산 녹용은 뉴질랜드산과 중국산 녹용에 비해 고가로 유통되고 있다. 원산지의 가치 차이를 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7월 3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주요 온·오프라인 243개 매장에서 총 453건의 나라별 녹용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산 녹용이 뉴질랜드산 녹용보다(판매지역에 따라서는) 최고 100g당 42.2%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관세청 ‘나라별 녹용 수입 가격’ 자료에서도 러시아산 녹용이 뉴질랜드산 녹용 대비 Kg당 약 72.9%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봉원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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