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오이 |
요즈음 '요리'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된다. 심지어 '먹방'이란 것도 있으니…. 허기에서 벗어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맛을 찾아 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양전문가와 요리사들이 나와 수많은 이론과 요리법을 쏟아내지만, 한마디로 결론은 '제철에 수확한 신선한 재료'이다.
육칠년 전에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외과의사가 연수차 방문한 일이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지내는 것 같기에 물어보았더니, 바나나를 먹고 싶다고 했다. 바나나가 예전에는 고급과일의 상징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흔한 과일이 된지 오래다. 좋은 일 한다고 대형 마트에 가서 한 박스 사서 숙소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웬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우간다에서는 충분히 익은 바나나를 즉석에서 먹었을 테고, 우리가 구한 것은 덜 읽은 것을 따서 수송 중에 억지로 익힌 것이라 제 맛이 날 리가 없다.
산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에서도 온통 먹는 이야기다. 근처에서 채취한 식재료로 만든 단순한 음식이지만 맛있을 것이다. 한 번은 산삼을 발견하더니 잔뿌리까지 정성 들여 캐서, 흙을 대충 털고 꼭꼭 씹어 먹는다. 물로 씻어서 먹으면 약효가 줄어든다나….
맞는 말이다. 집에 가지고 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먹으면 그 약효의 일부도 씻겨내려 갈 것 같다. 어렸을 적에도 거의 모든 걸, 손으로 대충 털거나 소매 깃에 쓱쓱 문질러 먹었다. 그리고 그 맛은 지금도 기억에 살아있다. 텃밭에서 딴 오이도 역시 그 자리에서 쓱쓱 문질러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저녁에 물을 잔뜩 주고, 이른 아침에 따먹는 텃밭 오이 맛이란…!
충남대 명예교수·전 충남대의대 학장 ojy8355@
외과 전문의인 노승무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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