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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현장 르포] 음주측정 1시간 버티다 받아든건 '면허취소 수치'

측정 거부에 도주까지... 3개월간 경찰 97명 투입 집중단속

한세화 기자

한세화 기자

  • 승인 2018-11-18 12:12

신문게재 2018-11-19 6면

음주단속1
대전 유성경찰서는 지난16일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앞 도로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음주단속3
자신의 차량을 버리고 단속을 피해 도주한 음주운전자는 결국 경찰관들한테 이끌려 측정에 응했다.
음주단속2
한시간 넘게 음주측정을 거부하던 만취 운전자는 측정 결과 면허취소 수치가 나왔다.
"불리해도 좋으니까 내 차 키 줘요, 달라고요~!"

만취한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하면서 경찰관들에게 어깃장 놓으며 한 말이다.

지난 16일 오후 10시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앞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특별단속이 시작됐다.



취재를 위해 단속지점에 진입했을 때 지그재그 모양으로 놓인 수십 개의 야광 안내등이 눈에 띄었다. 영업용을 제외한 모든 운전자는 음주측정에 협조해야 이 도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밤 11시가 되자, 경찰관들은 음주운전자들이 피하기 쉬운 큰 도로에서의 철수해 유성구 문화원로 인근 먹자골목으로 단속지점을 옮겼다.

11시 30분쯤 "저기 잡아, 도망갔어, 빨리 잡아~!" 한 경찰관의 다급한 목소리에 경찰들이 한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자가 단속을 피해 자신의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것. 잠시 후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경찰관들한테 양팔이 붙잡힌 채 끌려왔다. 이동 단속 1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도주했던 A씨(29)는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65% 수치가 나왔다. 면허 100일 정지와 벌금형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시각, 자신의 몸조차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운전자가 적발됐다. 신분증 제시, 음주측정 모두 거부했다. 비틀거리는 자신의 몸을 잡아주던 경찰관들에게 강압 수사를 운운하며 경찰 상황실에 전화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을 끌어 음주 수치를 떨어뜨리는 수법일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렇게 벌인 실랑이는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음주측정 거부 3회 반복, 총 20분이 초과되면 현행법상 면허취소다. 경찰관의 끈질긴 유도 끝에 음주측정에 응한 B씨(34)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였다.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

연말 경찰의 음주운전 특별단속 예고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날 음주운전 특별단속에서 면허정지 5건, 면허취소 4건 등 총 9건이 적발됐다.

대전경찰에 따르면 대전은 최근 5년간 음주운전 2회 이상 재범자가 44.8%(전국 44.1%)를 차지하고 있어 재범률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경찰은 내년 1월말까지 3개월간 경찰 가용경력 등 97명을 투입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음주운전 단속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S자 형태로 진행됐다.

유성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한 경찰관은 "일자 형태의 경우 단속 대상 차량들의 속도 빠른 주행으로 자칫 경찰관이 다칠 수 있다"며 "S자로 단속하면 차를 놓고 도주하는 음주운전자들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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