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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석의 디지털 세상읽기] 아날로그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19-05-22 15:31

신문게재 2019-05-23 23면

이순석 디지털 세상읽기
나주에 가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정원, 죽설헌이 있다. 주인장의 스케치 한장으로 자연을 초대하고 자연이 응해서 만들어진 정원이다. 40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정원이다.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상태를 언급하기에 딱 좋은 정원이다. 우리는 이러한 흉내내기 어려운 것을 '아날로그'라고 퉁 친다. 물리학적으로는 셀 수 없는 파장의 세계를 아날로그라고 한다. 양자역학은 모든 물질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고 한다. 두 성질을 가지는 물질들의 다양하고 현란한 교배를 통하여 존재가 만들어진다. 하나의 존재에 수많은 물질들이 뒤섞인 듯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기에 그 존재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 죽설헌의 자연정원을 닮았다. 그러나 이것을 복잡하지만 복합적임을 전제로 분해에 분해를 거듭하면 하나하나 셀 수 있는 입자들의 움직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관이 있다.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마침내 자연의 입자론을 설명할 수 있는 우직한 인공지능을 얻었다. 그들은 켜켜이 쌓여 도무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날로그의 세상을 밝혀낸다. 밝혀내어 뭘 하고 싶어 할까? /이순석 ETRI IDX 아키텍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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