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나는 참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09-15 14:39
우리는 공기가 없으면 단 10분도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그 소중한 것이 우리 가까이에 늘 있어서 우리는 그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는 채 살고 있다. 그러기에 가족과 배우자도 늘 곁에 가까이 있는 존재라서, 공기처럼 인식되어 우리는 그 존재의 소중함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육신이 멀쩡하여 갖출 것은 다 갖춘 정상적인 몸으로 살고 있다. 팔 다리 눈 코 귀 등이 정상이어서 별다른 불편 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온전한 육신 덕분에 별다른 걱정 없이 사는 것에는 별로 고마워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나도 전에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정작 고마워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대상에 대해 그런 정서적 기능이 없이 살았다.

그런데 요즈음 나는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해 조금은 느낄 줄도 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것은 없었던 감각이 새로 생겨나서가 아니라 세월의 그림자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절박하고 심각한 몇 고비를 넘기면서 느끼고 깨닫는 것이 내 몸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 몇 고비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유성고등학교 재직 시절에 남동생 하나가 건축공사장 쫓아다니며 일을 했다. 그 때에 동생은 건축 축대가 무너지는 바람에 같이 일하던 한 사람은 즉석에서 사망하고 동생은 중상이었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동생의 사고 소식에 수업하다 말고 허겁지겁 을지병원으로 뛰어갔다. 가서 보니 동생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척추 뼈가 조각조각 다 부서진 것으로 진단이 나와 있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엄청난 대수술을 장장 9시간이나 했다. 그 바람에 간병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밤에는 환자 시중들고 부축하느라 병원서 기거하면서 3개월 동안 출·퇴근을 했다. 사고 전까지는 육신이 멀쩡했던 동생이 척추가 망가지는 바람에 뉘고 일으키는 데에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척추신경 마비로 손과 팔 감각까지 잃었다. 부축하여 휠체어 타기도 어려웠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나는 동생 간병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지불 없는 대가의 소득이었지만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신체 건강한 그 자체가 축복이고 은총이란 사실이다. 소중한 것을 깨달았으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는 신체가 건강할 때 그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나는 정말 축복 받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또 한 경우는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신체 건강한 교장 한 분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중풍 환자가 되어 반신불수의 몸으로 그냥 연명만 하고 있다.

자주 드리는 문안은 아니었지만 찾아뵐 때마다 눈시울을 적시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 건장했던 풍채가 장기 와병에 등창으로 보기 안타까울 정도 진물었다. 거기다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움직이기 어려우며 말까지 어눌하기에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환자는 몸이 말을 안 들어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만 해달라는 한 가닥 소망의 기도로 애원하면서 살고 있었다.

문병을 통해 나는 뜻하지 않은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 바람에 요즈음은 자성 덕분인지 매사에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육신이 제대로 움직일 때 그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건강관리 잘하는 유비무한의 자세로 살아야겠다. 아니, 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내 자신의 이야기를 좀 해 보겠다. 내가 지금은 퇴직을 했지만 교직생활을 할 때 매일 아침 나는 아내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한 후 출근을 했다. 산책길 1m 앞에 가던 아내가 청천벽력 같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하여 지금은 애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아내 없이 혼자 살고 있다. 매일 같이 텅 빈 집에서 보이는 것은 벽과 천장밖에 없다. 인기척 하나 없는 텅 빈 집이라서 아파도 이마 한 번 짚어 줄, 물 한 그릇 떠다 줄 사람이 없다.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고독과의 싸움 속에 아내가 했던 일에 내 몫의 일까지 얹어 해가면서 살고 있다. 내 주변에 공기처럼 늘 같이 있던 아내가 없다보니 아내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있을 땐 아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행복한지를 모르는 무감각으로 나는 살았다. 아내가 곁을 떠난 이제서야 좀 철이 드는 것 같다.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지금서야 깨달은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깨달음이지만 < 있을 때 잘 하라.>는 얘기를 남의 말로 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신경 쓰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 신체 건강을 위한 것 >이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최대 공약수란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이 피력해 본다.

신체 건강을 위한 병원 정보를 보면, 안구 하나에 1억씩 해서 두 눈을 바꾸려면 2억이 들고, 신장 교체에는 3천만 원, 심장은 5억 원, 간 이식에는 7천만 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끼워 넣으려면 엄청난 돈이 소용된다고 한다.

또한 갑작스런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 호흡기를 쓰게 되면 한 시간에 36만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현재 두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약 51억이 넘는 재산의 몸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까닭에 육신이 멀쩡한 우리는 도로 한 가운데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훌륭한 두 발을 자가용 삼아 세상을 활보하고 있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이래서 우리는 정말로 축복받고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되겠다.

지금 어느 한 곳에는 중풍환자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괴로움으로 부대끼고 있는데, 나는 정상적인 몸으로 그런 걱정 없이 살고 있으니,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지금 어딘가에는 눈 때문에, 귀 때문에, 다리 때문에, 심장 때문에, 폐 때문에, 머리 때문에 간절한 애원으로, 한으로 고생하며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나는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그런 걱정 없으니,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지금 나는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 그런 걱정 없으니,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지금 나는 걸을 수 있어 그런 걱정 없으니,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지금 나는 정상적인 심장이, 맥이, 뛰고 있어 그런 걱정 없으니,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축복 받은 몸으로 살고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들고 어렵겠지만 힘내어 살다보면 더 큰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참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손에 손 잡고 축복에 감사하며 더욱 빛나는 삶을 위해 발걸음을 내디뎌야겠습니다.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