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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폭위, '화해·사과' 감성적 접근 능사 아냐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19-10-29 17:11

신문게재 2019-10-30 23면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학폭)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학교마다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실상은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더욱이 관련법에 따라 학교마다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있으나 마나 한 기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학폭에 시달리는 피해 학생이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동안에도 학폭위의 역할은 제자리만 맴도는 현실이 그렇다.

학폭위의 역할은 학폭과 관련한 내용을 심의하는 학교기구다. 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대책을 수립하며,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 및 징계를 요구한다. 학폭위는 학폭의 고의성과 심각성, 지속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피해 학생과의 화해 정도 등을 따져 서면 사과와 교내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또는 퇴학 등 징계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이러한 학폭 대처가 피해 학생에게는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학폭위가 열리면서 2차 보복피해까지 보기 일쑤다. 그런데도 분쟁을 조정한답시고 사과와 화해를 시키고 어정쩡한 징계는 또 다른 학폭 피해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와 화해는 학폭의 끝이 아니고 재미로 장난삼아 이어진다. 학폭 악순환 구조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도는 꼴이다.

이런 가운데 근래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폭은 학폭위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학교폭력의 두려움에 극단적 선택까지 마다치 않는 피해 학생과는 달리 학폭위는 가해 학생에게 겨우 출석정지 5일과 5일간의 특별교육 이수가 전부다. 피해 학생이 수차례 반복하는 학폭에 목숨을 걸었지만, 학폭위는 겨우 솜방망이 징계로 학교폭력을 쉬쉬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그리고 학폭위가 학교폭력 당사자 간 화해와 사과라는 감성적인 접근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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