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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총선 그 이후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 승인 2019-12-03 08:21

신문게재 2019-12-03 22면

김유진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총선이 끝났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아닌 '총장 선거' 말이다.

지난달 28일 충남대와 한남대는 앞으로의 4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총장을 선출했다. 같은 날 두 개의 대학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이례적인 날이었다.

학창시절엔 총장 선거라면 그저 막연히 '대학 윗분들이 뽑는 것' 이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 선출하는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올 3월 외근을 시작하면서 충남대 평의원회 구성 등 새로운 정보들을 처음 접하게 됐다. 국립대 평의원회가 왜 구성이 돼야 하고, 구성원은 어떤 비율로 꾸려지며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에도 바빴다. 평의원회가 구성이 되고 선거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면서 그 과정에서 교원, 직원, 조교, 학생이 각각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특히 '학생들은 4년 후면 졸업해서 학교에 없다' 등의 이유로 배제돼 왔던 학생들이 적은 비율이나마 직접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스펙 쌓기, 취업에만 관심 있다'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관심조차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학생 투표율은 높지 않았다. 어렵게 쟁취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립대인 한남대는 이사회에서 새 총장을 선출했다. 총 12명으로 이뤄진 이사진 중 현 총장을 제외한 11명이 투표로 새로운 총장을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다 결정되는 거예요.' 라는 간단한 설명과는 달리 사립대의 총장 선거도 까다로운 절차를 걸친다는 것을 취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입후보 공고만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을 뿐 그 이후의 과정은 직접 취재를 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다. 각 후보의 연구 윤리, 자질 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있다는 것도, 이사회에서 총 몇 차례의 투표를 거쳐 새 총장을 선출한다는 것도 취재 전엔 알지 못했다.

한 학교의 리더를 선출하는 데 구성원들은 어떠한 의사도 표시할 수 없는 '이사회 간선제'는 생각할 수록 기이한 선거 방식이다. 정작 구성원들은 어떤 후보가 무슨 비전을 가지고 입후보 했는지, 검증 과정은 무엇인지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 그저 이사회의 결정이 발표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사립대에서도 직선제를 시행하는 곳들은 있다. 여대를 중심으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직선제 바람이 불고 있고, 이화여대, 성신여대, 덕성여대는 총장 직선제를 쟁취했다. 숙명여대와 동덕여대도 시위 등을 통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전지역 대학에서도 의미있는 발걸음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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