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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3. 이가난진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0-01-17 00:00
Marie Antoinette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중 한 장면.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였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녀는 베르사유 궁전의 트리아농관에서 살았다. 아름다운 외모로 '작은 요정'이라 불렸다.

프랑스혁명이 시작되자 파리의 왕궁으로 연행된다. 시민의 감시 아래 힘겨운 생활을 하다가 국고를 낭비한 죄와 반혁명을 시도하였다는 죄명으로 처형되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로 빈에서 출생하였다.

1770년 14세 때 정략결혼으로 1774년 왕비가 되었는데 루이 16세는 그녀와의 잠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이에 그녀의 모친은 편지를 보내 "어서 왕자를 낳으라! 그렇지 아니하면 장차 왕권마저 뺏긴다."며 독촉하길 거듭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검소한 국왕 루이 16세와는 대조를 이루어 낭비의 대명사와 동격인 '적자부인(赤字夫人)'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2006년에 개봉한 외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면 이 또한 허구임이 드러난다.

루이 16세 부부는 전임 왕들에 비해 불과 10분의 1밖에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한 때문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더욱 누명으로 각인된 것은, 굶주려가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라고 했다는 말의 거짓 전달이다.

한데 과연 그랬을까? 마리 앙투아네트는 베르사유에 입궐하면서 오스트리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선다. 그러면서 그녀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그렇지만 무관심한 남편과 프랑스 귀족들의 시기심으로 점차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고 지쳐만 간다. 자신에게 배타적인 사람들이었기에 그녀는 기댈 곳도 별로 없었다.

설상가상 영국의 견제를 위해 미국 독립을 지원한 프랑스는 재정적으로 파탄지경에 이른다. 급기야 프랑스 혁명으로까지 이어진 당시의 프랑스 모순은 인구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제1신분(추기경등의 로마 가톨릭고위 성직자)과 제2신분(귀족)은 면세 등의 혜택을 누리면서, 주요 관직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인구의 약 98%를 차지하던 제3신분(평민)은 무거운 세금을 부담해야 했지만 정치 과정에서 배제되었다. 왕실의 과도한 지출로 인해 루이 14세부터 프랑스 재정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미국 독립 전쟁참전으로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

그 지경에 이른 재정을 메우려 제3신분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점점 과중해졌으며, 결국 루이 16세에 이르러 시민계급을 중심으로 불만은 극에 달하였던 것이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어떤 나라든 이런 경우에 봉착하게 되면 국민들의 반감과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물론 공포와 철권정치를 앞세운 공산주의 국가라면 몰라도.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영상미가 압권이다.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 아름답다. 그러나 주인공은 항상 우울한 캐릭터로 나온다. 이는 그녀가 자의가 아닌, 정략결혼으로 타국에까지 시집을 온 때문의 당연한 귀결이다.

SNS시대를 맞아 여론조작과 왜곡, 국민선동, 유언비어 등 어두운 글과 뉴스까지 쉬이 만날 수 있다. 총선이 임박하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팩트체크'라는 말까지 유행하는 즈음이다.

파리 민중들이 필요한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서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프랑스 대혁명이 막을 올렸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라는 말을 한 적도 없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 누명과는 별도로 4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장녀 마리 테레즈만이 성인이 되어 훗날 당글렘 공비(公妃)가 되었으며, 차남 루이 17세는 1795년 감옥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하는 등 가정사적인 비극까지 이어졌다.

사치로 일관하기보다는 퇴영적(退?的:새로운 일에 좀처럼 손대기를 꺼려하여 나서지 아니하고 망설이는, 또는 그런 것)이며 남편 루이 16세를 격려하고, 왕가의 안녕을 위해 노력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러니까 진실 왜곡과 팩트의 모순이란 소용돌이를 살다간 비운의 왕비였다.

이가난진(以假亂眞,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이 아닐 수 없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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