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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코로나19 시기의 인사법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0-03-16 11:19

신문게재 2020-03-17 22면

이재만
이성만 배재대 교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상 사람들의 생활 에티켓도 바뀌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칫 인간관계마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새로운 관습들이 생겨났다. 페스트 창궐 이후 유럽에서는 물건을 밀쳐서 상대방에게 건네는 관례가 생겼다. 예나 지금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생긴 에티켓이다. 휴먼 커뮤니케이션에서 환영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 속에서 배태한 인사 에티켓들에서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어울리는 대안을 찾아보자.

서구식 인사의례 중 가장 일상화된 것이 악수다. 그러나 건강 전문가들은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악수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익숙한 환영법이 양쪽 뺨에 키스하기다.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이 전통적인 뺨 키스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럼에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충고를 지키지 않았다. 그는 나폴리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콘테 총리를 뺨 키스로 환대했다. 마크롱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웃 국가와의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음을 증명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요즈음 환영받지 못할 또 다른 인사법이 포옹이다. 박테리아 전염은 높겠지만, 연인들에게는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돈독한 외교관계를 위해서도 이 인사법이 사랑받는다.

프로 스포츠가 유행하며 익숙해진 환영 제스처 중 하나가 하이파이브이다. 이는 미국의 야구와 농구 장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하이파이브는 악수에 비해 박테리아 전염이 50% 이하로 낮아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환영법이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또 다른 환영 제스처가 피스트 범프(Fist Bump), 곧 주먹인사다. 스포츠 세계에서 흔한 이것은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에 의해 인기를 누렸다.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이 인사법을 즐겼다. 이 주먹 마주치기는 쿨한 측면도 있지만 감염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악수에 비해 박테리아 감염률이 90%나 낮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왕자가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환대하는 방법이 눈인사다. 이 제스처는 원래 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이 '로열 거리'는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적절한 수단일 수 있겠지만 권위적인 역사적 측면을 지울 수 없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기도와 유사한 자세로 합장하는 인사법이 관례적이다. 태국의 와이(Wai), 인도의 나마스테(Namaste), 미얀마의 밍글라바(Mingalar par)가 대표적이다. 모두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인사법이다.

코로나19의 발진이 시작된 중국의 인사법으로 포권이 있다. 남자는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왼손바닥에 오른 주먹의 앞부분을 대고, 여자는 그 반대 자세로 가슴 앞부분에 모아서 하는 인사법이다. 서양의 악수에 비견된다. 서양의 악수가 자신은 무기가 없다거나 상대를 해칠 생각이 없음을 알리는 동작이었다면, 동양의 예법은 남과의 신체 접촉을 피하고 자신의 두 손을 맞잡아 흔드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포권지례도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다. 오늘날 무협영화에서 흔하게 만나는 포권은 청대 초에 퍼진 것이다. 이민족에게 정복당한 명의 유신들이 '반청복명(反淸復明)'을 외치며, 오른손 주먹은 태양을, 왼손 바닥은 이를 감싸 안아 달을 상징하여 둘을 합쳐서 '명(明)'을 나타내는 인사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걸맞은 인사 에티켓은 무엇일까. 공수를 곁들인 우리의 배꼽인사가 아닐까. 배꼽인사는 공손한 자세를, 배꼽 밑에 두 손을 모으는 '공수(拱手)'는 어른에게 공경을 표하려고 두 손을 마주 잡는다는 뜻이니 이보다 더 훌륭한 환영법이 있을까. 배꼽인사만 해도 겸손·공경·소통의 주요 덕목을 실천한 인간관계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니까.

이성만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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