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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코로나 바이러스'는 화두(話頭)이다

김재석 소설가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0-04-06 14:27

신문게재 2020-04-07 18면

김재석
김재석 소설가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거닐고 있다. 공산당이란 유령이….'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공산당 선언만큼 유럽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영향을 끼친 선언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 또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란 유령이…'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눠질 거라고 했다. 아마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향후 우리들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 자명하다.

가이아 이론을 신봉하는 과학자들은 벌써부터 지구가 자기 정화를 시작했다는 말을 한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 19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말들은 속뜻을 보면 역설적이다.

세계의 흐름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중국이란 거대한 세계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은 미세먼지로 변해 우리 일상에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켜 기후변화의 징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인간 노동력을 대신할 4차 산업에 더 열을 올린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말한 인간소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 불신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세계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자본주의로 인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타인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쏘시개가 될 소지가 크다. 인종 간의 불신과 국가 간의 불신이 산불처럼 번져 국경봉쇄와 더불어 국제사회 협력이란 신뢰구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안전, 양자택일해야 하는 이 시기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 가 등장하기 쉬운 때라고 한다.



우리는 두 가지 길을 걸을 수 있다. 하나는 불신의 늪에 빠져 강력한 전체주의적 통제 및 인간을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이윤 극대화의 4차 산업의 길과 협력과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이윤 분배를 통한 노동 해방의 4차 산업의 길이다.

이런 점에서 외신들은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며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사례로 뽑고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원했을 때, 중국 정부는 사실을 은폐하기에 바빴고, 나중에는 봉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 초기 발병을 숨기지 않았다면 전세계가 이런 팬데믹을 겪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한다. 한국은 신천지교회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날 때, 투명한 정보공개와 광범위한 검사와 방역, 시민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전제주의 국가처럼 강력한 통제를 하지 않았지만 국민 스스로가 조심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협력정신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한국이 구축한 공공의료체계와 4차 산업의 근간인 인터넷 빅데이터, 5G 통신망 등이 잘 활용되어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전방위적인 방역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이 코로나19로 인해 다소간의 희생을 겪겠지만 더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할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아닌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모델 말이다. 요즘 정부 차원에서 제시한 국민재난기본소득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평소 같으면 선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니, 사회주의 발상이라며 통합당의 맹공격을 받았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 같다. 이 논의가 향후 국민기본소득으로 이어져 4차 산업의 이윤분배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4차 산업의 도래에는 이윤 극대화의 자본주의 모델이 아닌 이런 민주주의 정신이 기반이 된 한국 모델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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