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카페로 식당으로 뼈대만 남았다… 고유가치 잃어가는 철도관사촌

대전 동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직접 가보니
재개발로 인해 옛집과 카페거리 분위기 '어수선'
상업 '우선' 보존 '명분' 문화요소 역할 어려워
철도관사촌 역사적 가치 지역민에 공유해야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 승인 2020-05-31 09:43
  • 수정 2020-06-01 15:43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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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철도관사촌 53번 수향길 건물 내부 공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⑤재개발과 카페촌으로 변질된 소제동 철도관사촌의 현 모습은?

'쿵…쿵…드르르르르…'

29일 대전 동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100년 역사와 문화적 유산이 남아있는 이곳엔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소리와 인부들이 관사 주변 곳곳의 벽을 부수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공사로 인해 나오는 모래 연기가 지나간 후 본 관사촌은 재개발과 옛 모습, 그리고 변화된 카페 거리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곳곳엔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 개발과 보존의 대립을 실감케 했다.



수년 전만 해도 100여 채에 달했던 철도관사촌은 4차선 도로개발로 인해 지금은 30여 채만 남았다. 이마저도 카페와 식당이 자리하면서 옛 모습 그대로의 보존된 관사촌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소제동 53번 수향길은 외관을 보관한 채로 내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인부들은 천장과 허름한 문을 등 뼈대만 남기곤 죄다 철거에 여념이 없었다. 카페와 식당으로 변한 철도관사촌 대부분은 이렇게 외관만을 유지한 채 리모델링이 이뤄진 상태다.

철도관사촌을 지켜내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관사촌에서 카페로, 얼핏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변화지만 사실상 원형이 허물어진 보존은 철도 관사촌의 정체성을 논하기에는 아쉬운 변화다. 관사촌 고유의 문화적 가치가 변질된 채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관사촌은 지난 1960~1970년대 개인 사유지로 불하(拂下)됐다. 대전시나 정부의 소유가 아닌 개인 사유지로 매매되면서 사실상 철도관사촌의 문화적 연대 울타리는 깨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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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촌 내부 작업 중인 포크레인.
하지만 상업화가 우선돼 위험하다는 비판 목소리는 피할 수 없다. 하나의 마을인 철도관사촌과 관련된 지역 문화나 역사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문화적 가치 보존이나 공생할 수 있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건축물을 활용함에 있어 보존 가치 중 하나가 활용이긴 하지만, 보존을 전제로 하는 활용을 우선 해야 한다"며 "상업 가치가 우선이 되고 보존이 명분이 된다고 하면 지속 가능한 문화요소 역할이 어렵다"고 말했다.

관사촌의 내부 변화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상당수 관사촌 내부는 식당과 카페로 변했고, 재개발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관사촌 살리기 운동본부는 100년 근대문화유산인 관사촌을 지키기 위해 재개발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관사촌살리기운동본부 임윤수 팀장은 "철도관사촌 가치를 갖고 재생모델이 되기 위해선 주민과 지역사회, 관 등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전 100년 역사 문화유산을 지켜낼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카페와 음식점으로 변질된 현재의 모습이 과연 소제동을 위한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는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철도관사촌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지역민과 공유하고, 이 가치를 새롭게 만들 방안, 변질이 아닌 우선적 보존을 위한 정책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희준 대전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문화유산을 아끼고 활용하기 위해선 학계에 있는 사람들과 관에 있는 분들과 같이 회의를 통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대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소제동 등 문화적 유산이 남은 동네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미·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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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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