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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산을 위하여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0-06-09 16:16
  • 수정 2020-07-19 10:20

신문게재 2020-06-10 18면

지난해 기자협회 연수 차 중국 상하이에 갔다.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한 가이드가 상하이를 설명하며 가장 먼저 한 말은 "상하이는 산이 없는 도시"였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생경했다. 시선 끝엔 희미하나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우리 산이 그립게 느껴지던 찰나였다. 산, 우리 산, 예쁜 산, 그 산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산림청 출입을 의미한다) 산이 없는 도시에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종종 생각한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그 가치를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처럼 사방이 산인 나라에서 산이 없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산을 이루는 나무가 병에 걸려 아프거나 불에 탈 때면 마음이 초조한가 보다.

올봄에도 우리의 산은 수난을 피하지 못했다. 울산 울주와 경북 안동, 강원도 고성에서 큰불이 났다. 계절적 요인이 크지만 매년 발생하는 산불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건 나뿐일까. 인명피해가 없다는 것에서 일단 가슴을 쓸어내린다. 물론 산불 없는 계절을 보내는 게 최선이지만 그 자체를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올봄 우리 산을 지키기 위해 애쓴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매주 주말 산불감시를 위해 산자락 어귀를 서성인 지자체 공무원을 비롯해 산불과 사투를 벌여 인명·재산피해를 막은 진화대원과 이런 상황을 시시각각 국민에게 알린 산림당국 등 정말 많은 인력이 산을 지키는 데 함께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덕분에 우리 산을 지킬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우리 산은 계절마다 위기에 처한다. 건조한 겨울과 봄엔 산불을 걱정해야 하고 여름엔 산사태 때문에 가슴을 졸인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연중 골칫거리다. 가을은 4계절 중 가장 화려한 시기지만 많은 이들의 방문과 그에 따른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어려움으로부터 산을 지키는 산림당국의 일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어디 이뿐인가, 불에 탄 산을 복구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과 산에서 나오는 임산물을 확인하고 임업인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일까지 참 해야 할 일이 많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크고 그로 인해 국민에게 이로운 것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양옆으로 보이는 산과 숲의 풍경에 자주 감탄한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들뜰 때가 많다. 지난 주말 보문산 야간 산책을 하는 동안엔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로 안정감을 얻었다. 당연히 그곳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은 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었다. 이 당연한 걸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위치서 산을 지키는 이들을 생각한다. 그 감사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산을 미래 세대에 물려주겠단 생각으로 우리의 산을 더 사랑하는 거다.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임효인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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