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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의 아침단상 (955)]'고독'과 '자유'라는 대학 이념은 한낱 꿈인가?

원영미 기자

원영미 기자

  • 승인 2020-08-10 17:32

신문게재 2020-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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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훔볼트는 초대 베를린대학 총장을 지냈습니다.

훔볼트는 대학의 기본 이념으로 '고독'과 '자유'를 설정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이념의 대학을 만들려는 의도는 당시 대학을 직업교육의 산실로 만들려는 경향에 대한 거부감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세속적이고 유용성을 강조하는 교육과는 다른 일반 교육과 보편교육을 강조한 것이지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독과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습니다.

훔볼트에 의하면 고독과 자유는 "개성과 자기 계발이라는 낭만주의적 이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독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훔볼트의 이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지요.

고독과 자유 보다는 경쟁과 효율성 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는 세계화와 정보화에 발맞춘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미 '취업 준비소'로 전락했습니다.

훔볼트로부터 영향을 받은 J.S. 밀의 <자유론>을 분석한 김요한 전북대 철학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학의 이념인 (<자유론>에서 강조한) 개별성을 창출하기보다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일한 부품들이 되어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행복하려면 먼저 자유로워져라> 135~138 참조)

학부모들이 자녀를 이른바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것도, 고독과 자유를 통해 '개인적 활력'과 '풍부한 다양성'이 생겨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좋은 직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의 정책도 이것을 뒷받침해주지요.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데 있어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삼는 것도 직업교육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입니다.

고독과 자유를 통해 상상력과 창발성을 높이는 교육은 한낱 꿈일까요?

한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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