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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의 시골살이]도시여자, 시골남자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20-10-20 08:53
  • 수정 2021-05-05 00:36
김재석 작가
순창으로 귀농귀촌한 분들 중에는 나홀로 가족이 많다. 가족이 함께 오지 못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시골에 와서 정착이 가능할지 보통은 남편 쪽이 먼저 발을 담가본다. 그러다 1년, 2년이 금방 가 버린다. 남편은 시골 생활이 점점 익숙해져 간다. 반면 가족(아마 부인 쪽이다)은 가끔씩 오는 시골은 몰라도 남편만큼 정착하고 싶지는 않다. 의도치 않은 별거지만 별거도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 버린다. 어떤 가족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혹(?)을 하나 떼어 낸 느낌이란다. 코로나19로 1년 가까이 자의반 타의반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국민의 피로감이 한층 높아졌다는 소식을 듣지만 오랜 시간 결혼생활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가족 간에 도시와 시골에서 떨어져 살다보면 삶의 분위기도 바뀐다. 시골남자는 텃밭이니, 올해 농산물 가격이니, 로망이기도 한 전원주택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한다. 도시여자는 밤늦게 들어온다고 간섭할 가족이 없으니 친구들과 모임이 빈번해지고 직장생활이든 알바든 돈벌이가 더 중요하다. 철없는 남편보다야 한 푼의 돈이 더 아쉽다. 사실 별 볼일 없는(?) 남편 용돈까지 챙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시골남자는 몸은 한층 여유로워졌지만 마음까지 한가하지는 않다. 자식들 결혼도 걱정이다. 시골에서 농사로 버는 돈이야 푼돈에 가깝고, 이곳저곳 잡일도 다니지만 결혼비용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자식이 상팔자란 생각을 가끔씩 한다.





도시여자는 원룸에 사는 자식에게 단단히 이른다. 그 원룸이 신혼 방이 되더라도 원망하지 말라고…. 그동안 너희 아버지도 공부시킨다고 고생했으니 결혼자금 크게 한 턱 안 쏘았다고 원망할 일도 아니라고…. 입 바른 소리를 해놓아야 자신도 덜 미안하니까.



시골남자는 잡초처럼 쑥쑥 자라는 근심을 매일매일 베어내며 시골에서 자신의 텃밭을 만들어간다. 큰 걸 바라고 시골로 온 삶도 아니고, 매일매일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고, 농부들이 땅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길 기대할 뿐이다.



도시여자는 남편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여유롭다. 그동안 남과 비교하며, 이것 밖에 못사나 싶었지만 이나마 사는 것도 감사하다.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새 삶에 책임감도 느껴진다. 내가 누군가의 등에 기대고 산 건 아니지, 오십 중반, 남들이 보기에 늦은 나이일지 모르지만 도시여자는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도시여자, 시골남자

by 김재석



우리도 한 때 반려자로



같은 곳을 바라봤을까





이제는 나홀로 가족



시골로 훌쩍 떠난 남자



도시에 오롯이 남은 여자





시골은 삶을 무작위하게 만들지만



때때로 사랑스러워



도시는 삶을 무겁게 만들지만



가끔씩 즐겁지





시골 달밤에 취한 남자



도시 야경에 비친 여자





우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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