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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불편한 나라의 앨리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0-11-16 07:36
이준원교수
이준원 교수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보편적으로 느끼는 맛에 대한 선호도는 혀의 미뢰에서 일어나는 화학 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다. 맛에 대한 선호도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진화적 적응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먹이 선택에 따라 달라지고 생명체의 형태와 생활양식도 이에 따라 변화된다.

홍합을 먹고 사는 게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얻기 좋은 큰 크기의 홍합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인간의 음식에 대한 행동은 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먹고자 하는 '행동'과 선호하는 '종류'에 따라 갈등, 영역의 싸움, 협동과 같은 사회성, 생리적 변화, 소통, 학습을 위한 도구 사용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회적 '행동'을 '본능’이라고 한다면 학습은 필요 없으며, 일관되고 고정된 행동양식을 보여줄 것이다. 번식기가 된 수컷 가시고기의 배는 빨간색으로 변하고 다른 수컷 가시고기의 공격적 행동을 유발한다. 심지어는 창밖으로 보이는 빨간색 우편 트럭이 보일 때마다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로 전 세계가 시끌벅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편투표로 재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가능한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계획인듯한데, 이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조지아, 네바다에서 선거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소송을 낸 상태다.

이러한 상황이야 이미 선거전부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세계가 미국의 선거를 주목하는 이유는 미·중의 관계와 북한의 핵무기, 파리기후협정 등 세계가 다 같이 동참하고 화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산적한 문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럽의 ‘탄소제로’ 선언 등으로 지구가 미래에 겪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해야 할 시기에 비즈니스 관점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기에 글로벌 리더가 보여주는 상황 인식과 자세에 우려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당장 북한의 비핵화, 주한 미군과 관련된 군사비 협정, 한미의 동맹관계 때문에 차기 대통령의 당선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이 '수많은 비밀 투표함이 버려지고 있다'며 SNS에 지지자들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글들은 회사에 의해서 차단됐지만, 이에 반응한 지지자들은 각 도시의 개표소를 찾아 폭력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짜뉴스를 차단하려는 소셜미디어들은 이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선거 이후에 나타날 부작용과 결과에 따라 벌써 각 나라는 셈법을 따지고 있다.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적지 않은 사회분열을 만들 수 있지만, 화해와 신뢰를 복원하는 길은 분열을 만드는 과정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모든 가족까지 나서 부정선거에 확신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배경이 의심스럽다. 어찌됐던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고 안정돼 모든 미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주의적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리라 생각된다.

대통령이 허위주장을 하기 때문에 미국의 방송사들은 기자회견을 중간에 돌연 중단시켜버렸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하고 이상한 나라다. 한국이라면 어떠했을까? 오락가락하던 수사기관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린 BBK 회사의 실제 주인이 다시 구속되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한국이 더 이상한 나라일까?

다락방에 살던 서민들에 대한 차별을 불편하게 그린 영화 '기생충', 인간과 닮은 신인류를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시키고 이를 소유하려는 인간의 투쟁본능을 불편하게 그린 영화 '스플라이스'는 언제든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과장되게 그려 관객에게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려는 불편한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상한 나라(wonderland)의 앨리스'는 소녀가 흰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가면서 겪는 기묘한 이야기로 상상과 언어유희가 가득한 아동소설이다. 사실 'Wonderland'는 굉장히 좋은 나라를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모험과도 같은 일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상하고 불편한 일들이 이해되는 어른이 된 세계에서 진실을 선택하고 사회적 물음에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하얀 토끼가 보이면 따라가야 한다.’ 아이들의 동화 같은 생각처럼 '굉장히 좋은 나라'는 한 사회의 리더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익과 미래를 위해 꿈을 꾸는 나라일 것이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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