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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인문학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염홍철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 승인 2021-04-23 00:01
어려운 전문용어인 '탄소중립'은 이제 일상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정확한 의미를 살펴본다면,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입니다. 이 용어는 2006년도에 옥스퍼드 사전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된 바 있지만, 본격적으로 세계적 화두가 된 것은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함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장에 취임하면서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을 살리면서 당면한 과제인 '생명, 평화, 공동체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생명운동은 우리 정부에서도 선언한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취임 후 기후위기에 대한 빌 게이츠, 제러미 리프킨 그리고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 기업인이나 석학들의 저서를 읽고, 정부와 연구기관 등에서 조사한 기후위기의 현황과 통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였지요. 이렇게 과학적 분석과 여러 통계를 접하다보니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의 삶에 대한 상상력이 빈곤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빌 게이츠가 제시한 두 개의 숫자입니다.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0(제로)입니다.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것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요. 이것은 정부 정책과 기업경영, 그리고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나 여기에 전제가 되는 것은 지구에 사는 모든 인류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가능할 것입니다. 모두가 이런 캠페인에 대해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머리로만 이해하게 됩니다. 차가운 이론과 통계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실천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물론 새마을운동은 510억과 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현실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해결도 소설이나 시, 그리고 감동적인 연설 등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지요. 김기창 소설가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을 읽으면서 통계 숫자를 뛰어 넘는 상상력을 자극하였고, "봄이 되어도 꽃은 붉지를 않고 비를 맞고도 풀이 싱싱하지를 않다"로 시작되는 신경림의 시는 "뿌옇게 지구를 감고 있는 연기와 먼지는 드디어 온통 이 세상을 겨울도 봄도 여름도 없는, … 버려진 땅으로 만들었다"로 이어집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도 막연하게나마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것 같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는 절규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누구는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좋은 것들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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