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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어느 휴일의 상념

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21-05-06 12:43

신문게재 2021-05-07 19면

김용각
김용각 건축사.
최근 후배건축사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중 직원 구인에 대한 하소연이 많아지고 있다. 경력직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신입사원도 졸업시즌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가 없는 지경이니 지연되는 프로젝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연과 학연 등 좁은 지역에서의 직원 이동은 쉽지 않기에 타지에서 유입하거나 새롭게 인력양성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너무나도 긴급한 상황일 때는 염치불구하고 지역 내 다른 사무소의 직원을 빼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여 건축사 간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십여 년 전에 6명의 직원 중 2명이 한 달 간격으로 다른 사무소로 차례로 이직하는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근무여건이 조정되고 연봉이 상향되는 직원의 처우 개선이 수반돼 직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작업 기간은 늘어나고 고정비는 상승 되는 부담을 더 안게 되었다. 게다가 직원의 작업 능력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져 삼중고를 안고 있는 모양새다.



건축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수련을 3년 이상 해야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생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건축사자격 시험을 연 2회로 늘리면서 시험 준비로 인한 경력단절을 없애겠다고 했으나, 2회 시험으로 인해 경력단절은 오히려 두 배로 늘어나고 건축사도 두 배로 양산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실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3년차 이상의 경력 직원이 거의 시험에 올인하다시피 해 거의 모든 사무실이 용역에 의존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건축사와 사무소 종사자의 인력 수급에 대한 파악과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지만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혀 고민이 없는 듯하다. 결국 민간 단체가 주도하여 건축사 시험제도의 개선과 국제인증을 위한 5년제 건축학과 제도의 개선에 대한 대안 마련에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는 2027년 '건축사 자격시험' 개편을 앞두고 건축계는 4년제 건축대학 졸업생 등이 응시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어 일단은 시험 응시자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학제에 따라 실무수련 기간에 차등을 두고,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4년제 건축대학 졸업생 등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계는 자격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상실감과 소속감 약화, 정체성 혼란도 우려하고 있다. 2·3년제와 4년제, 5년제 등 학제 간 교육과정 인정이 미흡한 탓에 편입 혹은 대학원 진학도 쉽지 않다.

대전 지역 건축학과 모 교수는 지역 대학 연합 대학원을 창설하여 교육경력의 인정과 실제적인 실무교육의 수련, 그리고 미래 건축사의 질적 향상을 유도하자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신다.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인 메가시티의 구축과 동일한 행보를 유지할 수 있고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의 생존 방향과도 일치하는 제안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교수와 건축사가 함께 후배 양성 및 미래 건축사 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선순환적인 인력 수급과 지역 건축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지역의 건축사와 교수가 함께 구성돼 있는 대전도시건축연구원이 지속적으로 대전건축문화제를 통해 시민에게 건축에 대한 교육과 전시, 참여를 유도하고 있고 대전디자인캠프를 통해 지역 건축과 대학생과의 건축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전 건축의 구심점이 되어 지역의 건축을 선도하리라 기대한다.

건축은 문화의 한 축으로서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도시의 요소이다. 건축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건축사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업무의 독창성과 책임감을 더욱 고취하여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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