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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날] 한의학연, 디지털기술 접목으로 글로벌 R&D 경쟁력 강화

예방·맞춤 의학에 현대과학 접목
연구 통해 고혈압 치료 효과 입증
한의기반 암 치료제 개발 도전도
"발전 가속화해 국민건강 기여할 것"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22-04-26 10:19

신문게재 2022-04-21 9면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 사진
한의학연 연구진이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전통의학이 현대 가치에 맞춰 발전하고, 국가의료 체계의 한 축으로 국민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에 비해 아직도 한의학을 사극 속 의학, 민간요법 등 과거의 의학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사실 한의학은 미래의학과 매우 가깝다. 질병이 생기기 전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의학,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맞춤의학을 미래의학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보는데, 한의학은 이미 미병(未病)이라는 개념과 함께 질병이 생기기 전 건강을 관리하고 신체의 전반적인 균형 상태를 파악해 관리하는 예방의학으로서 강점을 가져왔다. 또 같은 증상일지라도 체질에 맞춰 진단과 치료를 달리하는 맞춤의학의 모습으로 수천 년간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오며 유효성과 안전성을 축적해온 의학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이 같은 한의학의 특징과 디지털기술을 접목하는 융합연구, 과학화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 사회적 관심 질환을 극복하는 연구, 한의정보·한약자원 플랫폼을 강화하는 연구 등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침구연구 선도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한의학의 글로벌 R&D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매미허물 추출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한의학연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미래의학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현대문명의 질환인 아토피를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 한 예다.

한의학연 한약자원연구센터 임혜선 박사 연구팀이 선퇴(매미허물) 추출물의 아토피 피부염 억제 효과와 그 작용기전을 동물실험으로 규명했다. 기존에도 동의보감에 기재된 선퇴가 파킨슨병으로 유발된 행동장애를 개선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여러 전통의서에 나온 선퇴의 또 다른 효능인 피부질환 치료 효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아토피 피부염에 적용하며 동물실험을 통한 유효성 검증 연구를 수행했다.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 실험쥐에게 선퇴 추출물을 투여하며 관찰한 결과 긁는 행위가 감소하고, 각질층이 3배 이상 다시 얇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면역반응도 달라졌는데,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염증복합체의 활성이 완화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이 감소했다.



▲침 치료로 고혈압 개선·예방=침 치료를 통해 고혈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의학연 최선미 박사 연구팀이 침 치료가 완경(폐경) 후 고혈압 초기단계에 해당하는 여성의 혈압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65세 이하 완경기 여성 참가자를 대상으로 2년간 6개월 간격으로 4번 침 치료를 실시해 대조군과 혈압 변화를 비교·분석한 결과 치료군은 수축기혈압이 평균 10.34mmHg(수은주 밀리미터), 이완기혈압이 평균 9.92mmHg 감소했고, 치료 종료 후 4개월 추적검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또 고혈압 단계 변화 정도를 확인했을 때 대조군(34.3%)보다 실험군(62.3%)에서 단계변화가 약 2배가량 높은 결과도 보였다.



▲'방풍통성산'으로 우울증 치료도=한의학연은 한의학을 통해 현대인의 질병인 우울증까지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다.

한의학연 이미영 박사 연구팀은 기존 비만치료 한약 '방풍통성산'에서 우울 개선 효과를 발견했다. '방풍통성산'은 대표적인 비만치료제로 고혈압 동반증상이나 변비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일반의약품이다.

연구팀은 우울증 유형에 적합한 동물모델에서 우울행동실험과 뇌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통해 불안 및 우울행동 감소효과를 보이는 '방풍통성산'의 추가 효능을 발굴했다. '방풍통성산'은 신호전달과정의 염증반응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axis 조절 장애, 코르티솔 조절 이상,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개선함으로써 우울증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방풍통성산'이 항염증 외에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비만과 우울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고, 한약제제를 활용한 치료의 선택폭도 넓어질 수 있다.



▲한의기반 암 치료제 개발 위한 도전=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면역기능을 개선시켜 암을 치료하는 '면역 항암제'가 차세대 항암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서 면역관문차단제는 아직 낮은 반응률과 부작용 등으로 이를 보완할 신소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의기술응용센터 정환석 박사 연구팀은 오이풀 뿌리 '지유'에서 한의기반 면역항암제(면역관문차단제) 후보물질을 추가 발굴하고, 그 효과를 검증했다. 지난해 6월에도 복분자를 기반으로 한 신소재의 임상 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는데, 이번에는 지유 추출물이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것을 밝혀냈다. 더욱이 기존 복분자 기반 신소재(50%)와 대비해서도 더 나은 종양세포 사멸 효과(60%)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지유 추출물은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인 키트루다와 병용투여 시 각각의 단독 투여군 대비 3배 이상의 항종양 효과를 보이는 등 강력한 항종양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

한의학연 관계자는 "한의학을 민간요법 정도의 의학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있지만, 현대의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의학은 실효성이 뛰어나다"며 "우리 한의학연은 이러한 질병뿐 아니라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소재를 기반으로 탈모, 간독성 등 부작용 없는 항암치료제 개발로 국민 건강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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