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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넘어 씨름판까지 접수한다 "대전판 '씨름의 여왕' 기대하세요"

코로나19로 떠났던 여자 씨름 다시 활기 찾아
여자선수들은 다른 운동하다가 전환해도 선수육성 가능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22-11-17 15:42
  • 수정 2022-11-17 18:23

신문게재 2022-11-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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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씨름스포츠클럽 여자씨름동호회 회원들이 주말 연습을 마치고 모래판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금상진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 씨름판에 샅바를 멘 여성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대전씨름스포츠클럽 여자씨름동호회 회원들로 주부와 직장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장과 가정을 돌보느라 자주 모이지 못하지만, 월 2~3회 정기적으로 모여 모래판에서 기량을 다지고 있다.

대전씨름스포츠클럽은 올해부터 여성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다. 기존 여성회원들이 소규모로 활동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잠정 중단했고, 최근 기존 회원들과 신규 회원들이 가입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피고 있다.

11일 저녁 대전시 서구 둔원초등학교 씨름판에는 건장한 청년 회원들 외에도 5명의 여성회원이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 9월에 열린 서구청장배 씨름대회에서 여자부 2위에 오늘 임헌숙(50)씨는 "TV 예능 프로에서 여성들이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 삼아 출전했는데 한두 명 이기다 보니 결승까지 올라갔다"며 "매번 연습 다음 날 온몸이 근육통에 시달리지만 안 쓰던 근육이 단련되는 느낌도 있어 기분 좋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취재 당일 처음 씨름장에 나온 김경희(50)씨 역시 예능 프로의 여자씨름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씨름장에 나왔다. 김 씨는 아들뻘 되는 초등학생 선수와 대결을 펼쳤다. 언 듯 보아도 체급 차이가 상당했던 두 사람의 대결은 1분 이상 샅바 싸움을 펼치며 양보 없는 접전을 펼쳤다. 김 씨는 "샅바를 잡는 순간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몸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있었지만, 생각 외로 잘 버틴 것 같다"며 "체력과 기술만 더 보완한다면 좋은 운동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심판을 맡았던 정민철(50) 대한씨름협회 심판위원은 "씨름을 대하는 자세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라며 "아직은 여자씨름이 걸음마 단계지만 제도적인 부분만 받쳐준다면 여자축구나 풋살 이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씨름협회에는 안산시청을 비롯해 화성시청, 괴산군청, 영동군청, 구례군청, 거제시청 등 6개 팀이 등록되어있고 팀당 5~6명의 등록 선수들이 회장기 대회와 지역장사, 명절 씨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자 씨름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씨름장을 찾는 여성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정 위원은 "남자선수들은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전문 선수로 키울 수 있지만, 여자 선수들의 경우 고등학교나 기존의 다른 운동을 하던 선수들을 전환시켜도 선수 육성이 가능하다"며 "현재 각 지역에서 대학이나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여자씨름단 창단 움직임이 있다"고 기대했다.

조기찬 대전씨름스포츠클럽 부회장은 "코로나를 비롯해 결혼, 출산으로 모래판을 떠났던 여성 회원들이 조만간 복귀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여자씨름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학교들과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대전 출신의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입상해 대전 씨름을 알릴 수 있도록 여자씨름 보급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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