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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4-05-26 16:04

신문게재 2024-05-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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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휘 부의장
"인구 문제는 그 어떤 사회문제보다 심각한 문제다."

얼핏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경고처럼 보이는 이 말은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이 부인인 알바 뮈르달과 함께 저술한 「인구위기」의 첫 문장이다. 부부는 약 100여 년 전 스웨덴의 인구문제에 대한 경고와 해법을 제안하면서 인구 문제의 복잡한 인과성과 근본적 대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 인구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2300년이 되면 인구감소에 의해 국가공동체가 소멸하는 지구촌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정책사업들을 추진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2023년까지 집행된 관련 예산은 무려 380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정부가 인구문제 내면의 복잡한 인과성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십여년 전, 우리는 청년세대를 가리켜 '3포 세대'라고 명명했었다. 높은 경쟁압력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노출된 이들은 결혼 자체를 포기했다. 2011년 6.6%였던 조혼인률은 2023년 3.8%까지 낮아졌다.

어렵게 신혼부부가 된 이들은 높은 주거비, 양육 부담에 봉착한다. 정부가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특별공급, 주거비 지원, 출산장려금, 공공 보육 서비스 확충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2년 0.78명이었던 전국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더 낮아졌다. 과도한 경쟁과 긴장, 주거·고용 불안, 양육 부담 등 사회제도가 개인과 가정의 부담을 낮춰주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대증적인 처방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 정책의 또 다른 실책은 '분절적 행정'이다. 뮈르달 부부는 근본적 사회개혁의 추진을 주문했다. 고착된 성 역할, 입신양명을 중시하는 문화, 학력주의와 능력주의, 과도한 사교육,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등은 소중한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한국 사회의 모습들이고 개혁의 대상이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행정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별로 분절화된 행정체제로는 해결이 난망할 수 밖에 없다. 현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저출산대응기획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교육·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저출생을 국가 아젠다로 격상해 복지정책 이상의 인구정책을 추진해나가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오랜 사회적 병폐가 누적된 결과이다. 이런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큰 충격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의 저변에 깔린 인과적 사슬을 효과적으로 끊어낼 수 있으려면 '빅 푸시(Big Push)' 전략으로 크게 밀어붙여 흐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GDP 대비 가족복지 공공지출은 1.6%로 OECD 평균 2.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사에 유래없는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에서 말이다.

학계에서는 2030년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2030년 이후는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크게 감소해 출산율이 상승해도 출생아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인구 문제는 그 어떤 사회문제보다 심각한 문제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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