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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대전역 역무원의 친절한 미소 때문에

김용복/평론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4-06-17 11:31
친절은 상대방에게 행복한 맘을 갖게 해주며 그 행복한 맘으로 인하여 자신만만한 자긍심을 갖게 해준다.

최근 이런 일이 있었다.

6월 16일은 필자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의 생일이다. 그래서 손녀를 보기 위해 그가 사는 천안엘 가려고 폰을 꺼내 들었다. 코레일톡으로 열차표를 사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밀번호가 틀린다는 문자가 떴다. 계속해 여섯 차례나 틀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대전역 역무실을 찾았던 것이다.



아가씨로 보이는 역무원이 웃으며 맞아주었다. 웃어주는 모습을 보니 기분부터 좋았다. 곁에있던 역무원도 필자의 폰을 보며 함께 거들어 주었다. 3분쯤 지났을까? 폰이 내손으로 돌아왔다. 전처럼 열차표를 쉽게 구입할 수가 있었다.

망구(望九)를 바라보는 나이에 폰으로 열차표를 살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야말로 친절한 이 두 분 역무원의 친절 때문에 다시 얻은 것이다. 그러구러 천안에 도착했다.

손녀딸 생일이라 부자지간에 '이제우린'으로 서너 잔씩 걸쳤다. 아들과 며느리가 따라주고, 손녀딸이 따라주는 술 때문에 대전으로 돌아오는 ITX 새마을 1009 부산행 열차 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열차가 대전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있었을 텐데도 듣지 못했고, 역에 도착했는 데도 일어나질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꿈속에서 친절한 역무원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깜짝 놀라 열차에서 허둥지둥 내렸다. 꿈속에서 그 미소가 나를 깨울 줄이야.

필자는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그래서 나를 모르는 여성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일이 많다.

그러나 타인에게 친절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친절하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친절 때문에 오해를 했다면 오해를 푼 다음에 다시금 친절하기로 마음먹어야 한다.

필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친절에 대하여 감사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배재대 앞을 지나갈 때면 배재대 학생들의 친절 때문에 기분이 좋다. 그 학생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경로석에 앉는 일이 없이 비워둔다.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그리고 길 안내를 묻기 위해 찾아간 대전역 파출소 경찰관들이나, 목이 말라 찾아간 대전 중부경찰서 민원실에 근무하는 경찰관, 세금 결산을 하기위해 찾아간 서대전 세무서 (소장 김영찬) 직원들, 길 안내를 친절히 해준 삼천중학교 1학년 13반 학생들에게도 친절하게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살맛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을 친절로 밝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작곡가 강승원 2집 프로젝트의 여덟 번째 곡인 '그 고운 미소 때문에'보면, 미소 때문에 그땐 미쳤었고, 미소 때문에 넌 아름다웠고, 날 보며 미소지을 때 시간은 멈추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환대받고, 존중받는 느낌. 그런 따뜻한 관심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행복함을 느낀다. 우리는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오늘 대전역 역무원들의 눈빛에서도 따뜻한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친절한 눈빛은 사랑의 시작이다.

'1969년부터 방영된 '웃으면 복이 와요'는 20여 년간 방영된 우리 민족 가슴에 새겨진 추억의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우리는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이 프로그램으로 이겨냈다.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우리 가족들이 힘들고 지칠 때면 어느덧 기억에서 환하게 되살아나게 한다.

필자는 오늘 미소에 친절까지 플러스해서 나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이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땐 대전역 역무원실을 기웃거릴 것이다. 이들의 친절한 미소가 늘 이곳에 있기를 바라면서.

김용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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