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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자연사박물관 11년 표류...금강자연휴양림 대안 입지될까

한때 1조 원 대 사업 추산, 번번이 정부 예타 대상 제외...4000억 원 대 안팎으로 축소 흐름
충남도-세종시, '충남산림자원연구소' 민간 매각 추진...현실 가능성보다 높은 우려, 공공성 퇴색
정부의 약속 이행할 대체 사업지 부각

이희택 기자

이희택 기자

  • 승인 2024-07-29 16:14
  • 수정 2024-07-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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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6개 박물관이 들어설 세종동 국립박물관단지. 이 곳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이 들어설 만한 부지는 마땅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사진=행복청 제공.
2013년 입지만 세종시로 확정된 이후 11년 째 표류 중인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안. 최근 금강자연휴양림과 충남산림자원연구소 일대가 대안 입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제안은 세종시 지역사회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설득력 있는 얘기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충남도와 세종시가 현재 고려 중인 '민자 유치·매각' 방식의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자칫 국민적 공익에 반하는 시설물이 들어설 공산도 있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30년 가까이 충남도민과 세종시민, 전 국민이 누려온 공익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 곳엔 서울 광릉수목원에 이어 2번째로 큰 산림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휴양림은 중부권 최대 규모란 상징성을 안고 있다. 다양한 산림 자원부터 전시·체험·숙박 시설들에 이르기까지 공적 가치는 환산하기 힘들다.



세종시로 범위를 좁혀보면, 금강자연휴양림을 포함한 이 곳 방문객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최근 1년 간 국립세종수목원에 이어 2번째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 분석 결과 이 기간 16만 4222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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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산림자원연구소 입지 내 장미원 전경. 사진=충남도 제공.
이 과정에서 국책사업으로 오랜 기간 검토해온 '국립자연사박물관'은 금강휴양림의 대체 시설 그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때 사업비는 1조 원 대까지 추산됐다.

금강자연휴양림 등의 이전에 따른 대체 사업으로도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 그동안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 대상에도 오르지 못해 사업비 규모가 4000억 원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금강휴양림 이전 사업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세종동(S-1생활권) 내 국립박물관단지 내 입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도 고려할 대목이다. 행복청은 국립자연사박물관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의 박물관단지 1~2단계에 배치할 부지가 마땅지 않다는 판단을 해왔다. 금개구리 보전 구역으로 설정된 중앙공원 2단계 부지도 현재로선 활용하기 힘든 조건에 놓여 있다.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가 입지만 확정하고 하세월인 자연사박물관 추진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11년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해 지역 정치권도 침묵하고 있다. 금강자연휴양림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와 충남도가 7월 3일 협약에 따라 '(산림자원연구소) 부지 매각 공동 대응 TF(단장 양 기관 기획조정실장)를 가동 중인 만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종시가 국립박물관단지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국립한글문화단지'를 세종동 입지로 추진하고 있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는 최민호 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최 시장은 국립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한글문화단지 유치 과정을 투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연사박물관은 건축물 건립에 앞서 가치를 매기기 힘든 다양한 유물과 기증품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국비로만 추진하는 데 있어 상당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추진이 쉽지 않다. 충남산림자원연구소로 재배치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제안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선진국 중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 꼭 생겨야 한다. 그리고 (2013년 입지로 확정된) 세종시에 들어서는 게 맞다"며 "자연사박물관이 안되면, 국립한글문화단지로 대체 추진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전혀 다른 성격인 만큼,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마침 김태흠 충남지사도 중앙정부의 역할론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협약 과정에서 "(10년 이상 방치된 이전을 놓고) 세종시 출범 시점에서 중앙정부를 상대로 교환이나 매입 등을 강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도지사) 취임 후 국가 매입 건의를 해왔으나 여의치 않아 민간 매각의 방식을 찾고 있다. 세종시와 원팀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강자연휴양림과 산림자원연구소 내 주요 시설은 1150종을 갖춘 수목원(61.5ha)과 숲속의집 7동 12실 등의 자연휴양림(184ha), 야생화원 196종(1.1ha)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산림박물관 5개 전시실(3173㎡)과 339종의 열대 온실(1685㎡), 홍교 등 연못(4310㎡), 창연정(118㎡), 동물마을 4동 5개소(7076㎡), 맨발 걷기장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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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단지 내 들어설 주요 박물관 기능. 사진=행복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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