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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종축제 폐막, '빛과 그림자'...여전히 갈 길 멀다

국제정원박람회·빛 축제 무산 놓고 여·야 정치권 극한 대립...어수선한 분위기
전년과 같은 수치의 20만 명 방문객 찾아...한글·과학·음악으로 정체성 도모
시민 화합형을 넘어서는 지역 개발형 축제 패러다임으로 전환에는 한계

이희택 기자

이희택 기자

  • 승인 2024-10-14 07:59
  • 수정 2024-10-14 18:38
불꽃쇼
호수공원에서 4일 간 매일 진행된 불꽃쇼 모습. 사진=세종시 제공.
2024 세종축제가 시민 화합형에서 지역 개발형 축제로 전환이란 숙제를 노출하며 폐막했다. 지역 주민들 위주로 즐기고 먹고 마시고 어우러지는 과거형 축제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데는 여전한 한계를 내보이면서다.

전 세계적 축제 트렌드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세계화와 지역 개발형'이란 미래 지향적 전략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국내 지역별 축제도 이에 발맞춰 글로벌(Global) 전략을 찾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고,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는 생활인구(1박 2일 이상 정주) 확대에 혈안이 돼 있다.

세종축제가 중장기적 전략에 따라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는 지에는 물음표를 달게 한다.



전년과 유사한 20만 명 방문이란 외형적 수치만 놓고 보면, 준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23년과 동일한 11억 5000만 원 예산으로 총감독 없이 치른 행사란 관점에서다.

행사 주관이 지난해부터 세종시에서 시 문화관광재단으로 변경된 뒤, 보다 발전적인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세종대왕의 '한글', 장영실의 '과학', 박연의 '음악'이란 3대 콘셉트로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방향성도 엿보였다.

'세종 한글·과학놀이터'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프로그램으로 선보였고, 각종 체험과 함께 한글의 창의성과 우수성을 실감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목조인형의 행진을 만나볼 수 있는 '젊은 세종 충녕 마리오네트'와 온 가족이 즐기는 '한글 노래 경연대회' 등에 대한 호응도 좋았다. 세종과학집현전은 팝드론 배틀과 드론 낚시, 인공 코딩 드론, 드론 레이싱 등의 특화 콘텐츠로 미래 과학기술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한글을_담은_보자기_공예체험
한글을 정체성으로 특화하려는 시도가 담긴 세종축제.
10월 1일 앞서 개막한 한글문화특별기획전은 이달 말까지 한글을 매개로 한 종합 선물세트를 선사하고 있고, 이는 올해 말 '한글 문화도시 지정'에 청신호를 켤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운영한 시민 화합형 프로그램들도 지역 문화의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었고, 사족보행 로봇 '스팟'은 축제장 순찰부터 마스코트 기능을 하며 축제장의 깨알 재미를 더했다. 반려동물 가족 프로그램도 새로운 유형으로 참여를 유도했다. 4일 간 매일 밤 9시 호수공원 위로 쏘아 올린 불꽃놀이는 1박 2일 이상 머물 수 있는 축제로 전환을 이끌었다.

충녕_마리오네트
'젊은 세종 충녕 마리오네트'가 호수공원 한복판에서 방문객을 맞이했다.
보헤미안 뮤직 페스티벌도 세종형 음악 프로그램으로 확보한 자리매김을 했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 대회 폐막식 장소인 중앙공원 잔디광장을 주무대로 활용했다.

메인 축제장과 연계한 곳곳의 행사들도 눈길을 끌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10월 12일 43일 간의 야간 개방을 마무리하며 개원 4주년 음악회로 여흥을 돋웠고, 개막 당일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에선 시 출범 이후 12년 만의 첫 '야간 개방 투어'가 소확행 행사로 시민과 방문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조치원역 광장에선 지난 12일 제2 술술축제가 열려 조치원의 양조장 문화 복원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국립세종도서관과 대통령 기록관, 호수공원, 중앙공원, 국립수목원, 국립어린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중앙녹지공간 라인업은 세종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토대임을 다시 보여줬다. 나성동 어반아트리움 P1~P2 구역의 차 없는 거리 '플리마켓 및 환경 교육 행사', 축제 기간 도시상징광장에서 열린 한우 숯불구이 축제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시민합창단+오케스트라
시민 대합창 공연. 사진=세종시 제공.
하지만 13회 차 세종축제가 내부를 넘어 외부 방문객을 유혹할 만한 정체성과 콘텐츠를 선보였는지에 대해선 냉철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과 가족 단위 세종시민 참여자와 지인 방문객에겐 나들이용으로 적합했으나, 국내를 넘어 외국인까지 방문을 유도할 만한 축제의 정체성과 콘텐츠가 올해도 보이지 않았다. 음식 문화도 기존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 배달 음식 외 이렇다 할 변화 요소를 가져오지 못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이며 세종형 콘텐츠 가능성을 보인 국지도 96호선을 활용한 '차 없는 거리' 축제도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폐기하며, 미래 대중교통중심도시 구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자전거·걷기·달리기·인라인·킥보드·버스' 등을 활용해 도심 곳곳을 돌며 대중교통 활성화를 유도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축제장에 차를 내려놓고 방문하는 이들에 대한 혜택이나 인식 전환 캠페인도 빠졌다.

지역 특산물과 예술 작품 등을 구매하거나 둘러볼 수 있는 일반적 코너들도 찾을 수 없었고,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 10개 공공기관, 기타 소속 기관·단체, 전국 17개 시·도별 사무소 등의 행정수도 특성을 활용한 축제 참여의 폭 확대 노력도 숙제로 남겨졌다. 지역 내 거주 중인 다문화 가족과 KDI 국제정책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등을 통한 '글로벌 요소' 도입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지역 정치권과 관가, 시민사회가 '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빛 축제 무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등 악재까지 맞이했다. 여·야 정치권은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며 극한대립을 키우는 등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관정이 똘똘 뭉쳐 축제의 한 단계 도약을 이끌어내도 모자랄 판에 '정원박람회와 빛 축제'란 원초적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며, 지역의 새로운 도약 지점을 찾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같은 시기 3일 간 세종축제보다 적은 예산으로 열린 '대전 서구 아트 페스티벌' 방문객이 50만 명을 넘어선 외형적 지표만 보더라도 세종축제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아트 페스티벌은 2016년 시작된 행사로, 동서남북 차 없는 거리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부터 체험 행사, 공예·미술 작품 판매, 풍성한 먹거리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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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 있게 꾸민 종합안내소 모습.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티셔츠를 만들어 입는 이벤트도 함께 했다.사진=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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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 일대에 펼쳐진 거리는 야간 경관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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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페스티벌은 주간을 넘어 야간에도 풍성한 빛의 향연과 볼거리, 포토존, 4색 공연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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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폐막일 당일 사람들로 넘쳐나는 아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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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경기를 펼치는 체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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