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사노조와 중등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항목 중 일부. 대전교사노조 제공 |
대전교사노동조합이 18일 공개한 현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00명 중 89명이 '수능 종사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인권 침해당할 것을 걱정한 것이 있다'고 답했다. 대전교사노조는 10월 15일부터 11월 5일까지 중등교사노조 주관으로 응답자 100명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사들 상당수는 현재 수능 감독관 선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현재 선정 방식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지 묻는 설문에 대해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한 교사들은 "감독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감독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개선이 안 된다", "강제성이 너무 높다. 말로는 지원을 받는다고 하면서 경력 역순으로 힘든 감독 시간표에 연속으로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최근 3년 이내 수능 종사 업무 중 본인이나 주변에서 인권 침해를 경험한 사례에 대해선 29명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고 점심시간도 부족해 급하게 먹다 체했다
", "하루종일 서 있어서 허리가 너무 아프고 다리가 부어 다음날 병원 진료를 받았다", "수험생이 응시 요령을 제대로 숙지 않아 생긴 문제를 감독관 탓으로 돌리고 시험 종료 후 본부에 와서 폭언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등이다.
화장실 시간 부족과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고충을 각각 물어본 결과 각각 86%, 97%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고사장으로 사용되는 학교 근무 교사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든 교육과정이 마비되고 수능을 치르기 위한 행정기관으로 변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시험장 배치와 좌석표·안내판 부착 등을 비롯해 담임교사와 학생들은 교실의 모든 물건을 비우고 청소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재학생의 학습권 침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학이 매년 수백 억의 전형료를 수익으로 올리는 동안 교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반강제적으로 수능 감독관에 차출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수능 감독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독관 근무환경 개선, 수당 인상, 대학교직원 등 교사 외 인력풀 확충을 통한 감독관 증원, 수능 감독권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