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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페미니즘 미술, 한국 여성미술가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4-11-20 16:53

신문게재 2024-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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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
여성주의 미술은 두산 백과에 따르면 "미술사적으로는 여성주의 및 여성주의 미학을 바탕으로 1970년대 초부터 전개된 일련의 미술운동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여성주의 미술은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창작된 모든 미술 형태를 말하며, '페미니즘 미술(Feminist Art)'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작가와 기획자에 의해 이 보다 더 폭넓은 범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여성주의적인 시선으로 창작된 미술이 되기도 하고, 단지 여성이 창작한 미술이 되기도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사회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과 구조적 억압을 표현한 작품이나 그런 편견과 억압에 도전하는 여성작가의 작품으로 대표된다. 몇 년전부터 세계미술계 큰 흐름으로 비엔날레 주제, 각 미술관 기획전에 다루어지고 있다. 몇 달 사이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책이 두 권이 발간되었다.

9월에 나온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읽기 : 한국 여성 미술가들의 저항과 탈주>는 경향신문 연재물을 근간으로 페미니즘이 당면한 15가지 화두를 설정하고 그 안에 다른 세대의 작가, 또는 생각을 공유하는 작가 2-4명을 배치해, 개인을 넘어서는 세대와 작가 사이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이 책은 지난 삼십여 년간 큐레이터, 평론가, 미술관장으로 미술 현장에 몸담아 온 저자의 도전적 저술로, 198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한국의 여성 미술가들이 축적한 성과를 보여주는 여성적 시간의 지형도이다.



10월에 현대미술포럼(대표 윤난지)에서 엮은 <그들도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만든 여성들>을 두 권으로 펴냈다. 미술사 전공자들이 필진으로 여성미술가를 선정하여 달진닷컴에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달에 2명씩 연재한 105명을 묶어서 출간하였다. 한국 현대미술사에 여성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함으로써 미술사에서 여성이 배제된 경위를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현대미술포럼은 작가 자신의 여성주의 의식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차지해야할 작가를 다루었다.

페미니즘 미술로 주목할 만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3월까지 열리고 있는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전시는 11개국 여성미술가들 작품 130여점이 전시되었다. 전시회를 보면 섬뜻하기도 하고 다양한 실험미술도 만난다. 1960년대 이후 가부장제, 국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재생산됐던 아시아라는 지리·정치학적 장소에서 몸에 기입된 문화 타자성의 경험을 드러내면서 근대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작품들에 주목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전시는 2024년 천경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동양화 여성작가 70대 이상 23명의 작품과 아카이브로 구성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천경자 작가를 기리는 동시에 격변의 시대를 살아내고 다양한 작품이 나왔다. 천경자 고향인 고흥에서 열리는 <찬란한 전설, 천경자탄생 100주년기념특별전>도 군과 유족인 딸 김정희가 감독으로 합심하여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을 활용했다. 기관과 소장가의 작품 대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천경자 아카이브도 큰 몫을 담당했다. 이 전시와 특별, 연계전시 2건은 12월말까지 열리며 천경자를 그리고 기리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7월 아르코미술관의 <집(ZIP)>은 조각의 재료, 조형 그리고 물성이라는 기본 요소에 충실한 한국 여성조각가에 초점을 맞춰 세대를 안배하여 16인의 조각가들을 불러모은 전시였다.

그보다 현재 해외에서 초대전을 받고 있는 김수자, 이불, 양혜규, 조숙진, 이미래 등도 한국을 빛내는 여성미술가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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