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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수 교수 |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인-서울 경향은 교육부조차 거점국립대에 배정하던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가 공모사업으로 전환하여 사립대에도 배분하기 시작하면서 거점국립대의 위상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지역민의 자제가 경제적 걱정 없이 그 지역에서 최고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초저출산율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하여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발표를 하여 지방민의 희망은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공개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땜질식 헛구호'였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국민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가고 있다.
대통령께서 손가락을 펼쳐가면서 "같은 국립대인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이 서울대와 왜 차이가 나는가?", "거점국립대 1인당 교육비가 서울대의 반 정도도 안 되니 산업화 시대 장남에게 몰빵하는 것과 같지 않는가?", "이것이 진정으로 공정한가?"라는 등의 질문에 책임감 있게 대답하는 교육부 공무원은 없었다. 대통령의 통찰력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였다.
한 교육부 공무원의 대답은 "그동안 서울대 지원금이 관행적으로 누적되어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향후 서울대 지원예산의 70%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30%의 격차가 매년 벌어질 것이다. 실제 지원금 규모를 보면 9개의 국가거점국립대에 도움은 되겠지만 이재명정부가 끝날 시점에도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국립대의 위상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 시기 국방예산과 전쟁 시 국방예산은 전혀 달라져 하는 것과 같이 초저출산율과 지방소멸시대 지방 고등교육 예산 규모는 현재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 지원의 방향성 문제이다. 사업을 보면 지금까지 늘 해왔던 특성화사업이나 라이스 사업 등 다른 국책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를 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여 지금의 서울대가 된 것이 아니다.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거점국립대는 서울대의 역할과 위상이 비슷한 거점국립대학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 개 분야의 특성화로 소수의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학하는 그런 대학이 아니라 지역민 자제들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진학하는 거점형 종합대학이어야 한다.
그동안 지역 산업과 연계하여 수많은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명문 사립대학교에서는 지역 산업이나 취직과 관련이 약한 많은 학과가 폐과되면서 인문·기초과학 등이 없어지고 지역에서는 오로지 거점국립대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우수한 교수와 교육환경이 조성되면 학교의 위상은 높아지고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게 된다.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연봉과 연구비가 비교 우위에 있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거점국립대의 교수 연봉과 연구비가 서울대와 격차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우수한 교수 채용을 위해 서울의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호봉 인상이 힘들다면 연구비 등을 대폭 상향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좋은 교수와 수업시수, 우수한 연구·교육기자재·시설, 낮은 등록금과 높은 장학금 혜택 등 탁월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면 서울로 향하던 지역민의 자제들은 다시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을 찾을 것이고, 다음으로는 서울이 아닌 지역의 좋은 사립대학으로 진학할 것이다. 이것이 진실로 우리 국민이 원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이고 국가 고등교육의 정상화인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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