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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대통령, '정보통신망법' 거부권 타당

  • 승인 2025-12-28 13:24

신문게재 2025-12-29 19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다. 이 같은 비판에 대통령실은 26일 "입법 과정이 국회에서 진행됐다면 그 자체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단체 등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요구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고의나 중과실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 정보 신고를 접수한 후 자의적 판단으로 삭제·차단 등의 조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허위 불법정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문제 제기 수준의 언론보도를 차단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남용하는 등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면서 권력 비판 보도나 공익적 문제 제기까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적 감시 대상인 정치·경제 권력이 소송으로 언론 보도를 사전 봉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보당에서조차 "진실을 말할 자유와 권력 감시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할 정도다. 민주당 강경파는 사실관계 보도로 한정된 반론보도 청구 대상을 사설·칼럼 등 논평으로 확대하는 입법까지 추진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통제 시도를 '입틀막 정권'으로 비난하던 민주당의 행태는 내로남불에 다름 아니다. 정치 권력은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입법은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청래 대표 등 독재 타도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86세대가 주류인 민주당의 언론 통제 시도는 황당하다. 이 대통령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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