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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서식지 불꽃쇼 '논란'... 세종시-환경단체 대립각

금강 장남들 일대서 3년 연속 불꽃축제 개최
폭발음·오염물질 동반… 환경단체 반발 이어져
최 시장 "자연 중요하지만 시민도 중요" 입장에
환경단체 "환경과 생존 떼어놓으면 안돼" 반박

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 승인 2025-12-30 16:51

신문게재 2025-12-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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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세종 장남들에서 관찰된 흑두루미<왼쪽>와 큰고니. /장남들 보전 시민모임 제공
매년 12월 이응다리 일대에서 열리는 불꽃축제를 놓고, 세종시와 환경단체 간 대립각이 커지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자연도 중요하지만 시민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환경단체는 "(장남들 공원 내)환경과 생존을 갈라놓지 말라"며 맞서고 있다.



최 시장은 30일 세종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강 장남들에서 흑두루미가 발견된 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멈출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꽃 축제는 상가 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건데, 흑두루미가 오는 좋은 현상 때문에 멈출 일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환경도 중요하지만 생존도 중요하다. 자연도 중요하지만 우리 시민도, 인간도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분명히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올해 세종시 금강 장남들 일대의 긍정적 변화를 다시 환기했다. 11년째 월동해 온 흑두루미 부부 '세종'과 '장남'이 새끼 '희망'이까지 데리고 돌아온 상황을 역설하고 있다. 흑두루미는 서식지 선택에 매우 민감한 종으로, 특정 지역을 매년 반복적으로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 공간의 생태적 안정성을 증명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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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불꽃쇼 포스터. /장남들 보전 시민모임 제공
그러나 이 공간에서 3년 연속 불꽃쇼가 개최되며 일부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우려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강한 폭발음과 섬광, 대규모 인파와 오염물질이 동반되는 불꽃쇼가 국가하천이자 보호종 월동지 인근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최민호 시장의 발언에 환경단체 '장남들 보전 시민모임'은 즉각 논평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환경도 중요하지만 생존도 중요하다. 자연도 중요하지만 우리 시민도 중요하다'는 최 시장의 말은 언뜻 균형 잡힌 말처럼 들리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비켜간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묻는 것은 환경이냐, 생존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행정이 과연 생명과 시민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의 선택을 하고 있는가'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흑두루미가 올해 새끼까지 동반해 월동한 점을 들며, 금강 장남들 일대가 다음 세대까지 맡길 수 있다고 판단된 안정적인 월동지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폭발음과 섬광, 오염물질을 동반한 불꽃쇼를 국가하천 수변에서 반복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과연 '자연도 중요하고 시민도 중요한 정책이냐"며 "지역 상권을 살리는 방법이 다양함에도 왜 하필 가장 생태적 충격이 큰 방식이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불꽃쇼만이 '생존'의 해법인 것처럼 말하는 순간, 환경은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장애물로, 시민의 생존은 자연을 밀어내야만 가능한 것으로 왜곡된다고 지적하며 이런 이분법이야말로 이번 논란을 키운 가장 큰 문제로 진단했다.

그들은 "흑두루미가 반갑다면, 그 반가움은 말이 아니라 정책으로 증명돼야 한다. 이번 불꽃쇼 논란은 축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세종시가 '생명과 공존하는 도시'라는 이름을 실제로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 질문 앞에서 필요한 것은 환경과 생존을 갈라놓는 말이 아니라, 둘을 함께 살리려는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말을 맺었다.
세종=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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