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신문
  • 계룡

[계룡다문화] 2,000년 전 ‘하드웨어 QR 코드’, 호부의 세계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 승인 2026-03-08 11:20

신문게재 2026-01-10 43면

- 호부는 왕이 장군이 가지고 있었음
- 병사 50명 이상을 움직일 때는 왕이 가진 반쪽과 장군이 가진 반쪽을 꼭 맞춰서 확인해야 했음
- 호부는 한 번 주조하고 나면 틀을 바로 부숴 버려서, 완전히 똑같은 것을 절대 다시 만들 수 없었음
- 호부는 고대인들이 전쟁의 신으로 믿었던 호랑이 모양의 부적임
- 당나라 고조 이연의 할아버지 이름이 이호여서 이호를 피휘하려고 호부를 어부나 귀부로 바꿨음
- 호부에는 마모 자국이 많은데 이는 전국시대의 끊임없는 전쟁을 목격했음을 알 수 있음

2,000년 전 ‘하드웨어 QR 코드’, 호부의 세계4(당리)
고향인 중국 산시성 시안에 돌아와 딸과 함께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호랑이 모양의 청동 유물 하나가 딸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했고, 딸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 이제 딸의 호기심을 따라 이 보물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 보자.

2,000년 전 ‘하드웨어 QR 코드’, 호부의 세계5(당리)
□ 딸: 엄마, 이게 뭐예요?



나: 호부(虎符)라고 해. 봐봐, 이 호부 중간이 딱 갈라져 있지? 한쪽은 왕이, 한쪽은 장군이 가지고 있었어. 길이 9.5cm의 이 청동 호랑이 등에는 40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어. 병사 50명 이상을 움직일 때는 왕이 가진 반쪽과 장군이 가진 반쪽을 꼭 맞춰서 확인해야 했다고 해.

□ 딸: 그럼 이 호부를 복제하면 진짜 병사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나: 그건 아마 어려웠을 거야. 자세히 보면 호랑이 몸에 소전(小篆:진나라 시대의 표준 서체) 글자가 있지? 먼저 청동 표면에 깊이 0.1mm 정도의 가늘고 정교한 글자 홈을 파고, 그 안에 금실을 끼워 넣은 뒤 표면을 반복해 갈아내며 매끄럽게 다듬었거든. 이것은 전국시대 최고 수준의 기술인 오금(错金:청동에 금을 삽입하는 고대 공예 기술)이라고 해.



게다가 호부는 한 번 주조하고 나면 틀을 바로 부셔 버려서, 완전히 똑같은 것을 절대 다시 만들 수 없어.

2,000년 전 ‘하드웨어 QR 코드’, 호부의 세계1(당리)
□ 딸: 아하! 그러면 옛날의 QR 코드네!

나: 하하, 정말 그래! 옛날 사람들의 '고대 인증 QR 코드'라고 생각하면 쉬워.



□ 딸: 그럼 호부를 훔치기만 해도 되는 거 아니야?

나: 그것도 쉽지 않지. 호부만으론 안 되고, 왕의 조서(詔書:임금이 내리는 공식 명령서)가 함께 필요해. 조서엔 몇 명을, 왜 이동시키는지가 똑똑히 쓰여 있었고.

□ 딸: 그런데 왜 호랑이 모양이야? 다른 동물은 안 돼?

나: 고대인들에겐 호랑이는 가장 막강하고 빠른 동물이었어. 호랑이는 전쟁의 신이고 백전백승을 뜻하는 존재였지. 그러나 당나라 고조 이연(李渊)의 할아버지 이름이 이호(李虎)여서, 그를 피휘(避讳:군주, 성인, 조상 등 존귀한 대상의 본명을 직접 부르거나 쓰지 않고 삼가는 관습)하려고 호부를 어부(魚符)나 귀부(龜符)로 바꿨어.

□ 딸: 호랑이 몸에 마모 자국이 많은데, 왜요?

나: 이는 전국시대의 끊임없는 전쟁을 목격했음을 알 수 있지. 호부를 보니까 그때 전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

딸: 응, 귀에 조개껍데기를 대면 바다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말이야.

나: 하하, 그렇지.

□ 딸: 너무 신기해! 그런데 왜 여기는 반쪽밖에 없어?

나: 응~, 진왕이 쥐고 있었던 나머지 반쪽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날을 함께 기다려보자. 언젠가 더 많은 비밀이 우리를 찾아올 테니까.

□ 딸: 엄마, 기념품 상점에 가자!

나&딸: (동시에) 호부 냉장고 스티커를 사자, 하하!

오늘도 호부 스티커를 붙인 냉장고 앞에서, 딸과 '고대 QR 코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러분의 가정도 특별한 문화 이야기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