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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다문화] 봄철마다 반복되는 ‘꽃가루 공습’…일본에서 화분증 환자가 많은 이유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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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4-19 11:27

신문게재 2026-01-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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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일본 거리 곳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한 감기 예방이 아니라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화분증'이라 불리는 이 알레르기 질환이 매우 흔하며, 전문가들은 일본 인구의 약 30~40%가 관련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채기와 콧물, 눈 가려움 등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 화분증이 특히 많은 이유는 역사적인 산림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고 목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조림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자라고 건축 자재로 활용하기 좋은 '삼나무'가 전국 산림에 대량으로 심어졌다. 현재 일본 산림의 상당 부분이 이 삼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삼나무가 봄철에 매우 많은 양의 꽃가루를 방출한다는 점이다. 특히 나무가 약 30년 이상 성장하면 꽃가루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전후에 심어진 삼나무들이 성숙기에 접어든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꽃가루 양이 크게 증가했고, 이 시기부터 화분증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먼 거리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도시 지역에서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봄철이면 꽃가루 농도가 높게 측정된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이 결합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날씨 예보뿐만 아니라 꽃가루 농도를 알려주는 '꽃가루 예보'도 제공되고 있다. 일본기상청과 일본기상협회는 매년 봄 꽃가루 비산 시기와 농도를 발표해 시민들이 외출이나 건강 관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꽃가루 발생이 적은 품종의 삼나무를 보급하고 기존 숲을 점차 교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넓은 지역에 조성된 삼나무 숲 때문에 화분증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시모토 시노부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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